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는 북한과 러시아간 경제ㆍ군사 협력에 중점을 둔 방문 목적에 걸맞게 이 분야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북한 언론에 따르면 지난 4일 크렘린궁에서 진행된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확대회담에는 북측에서 김영춘 총참모장, 연형묵 국방위원회 위원, 김국태 노동당 중앙위 비서, 조창덕 내각 부총리, 정하철 당 선전선동부장,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 김용삼 철도상, 리광호 과학원장, 박의춘 러시아주재 대사 등이 배석했다.

이들 가운데 조 부총리, 박 계획위원장, 김 철도상, 리 과학원장은 김 위원장의 해외방문을 처음 수행한 경제관료다.

직책에 관계없이 측근들을 데리고 다니기 좋아하는 김 위원장의 성향 탓인지 이들 가운데 박 계획위원장을 제외하고는 김 위원장의 지난해 5월과 지난 1월 중국방문에도 따라가지 않았으며 평소 김 위원장의 국내 현지지도를 수행한 경우도 매우 드물다.

박 계획위원장은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이 소련의 협조로 건설된 김책제철소를 현지지도했을 때 수행해 당시 김 위원장의 제철소 방문이 대(對)러시아 경제협력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됐었다.

북ㆍ러 정상이 4일 발표한 북ㆍ러 `모스크바 선언'에도 이들 경제관료가 김 위원장을 수행한 목적을 말해주듯 양국이 함께 건설한 기업소의 개건계획 실현, 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사업, 과학기술분야 협조 등이 강조돼 있다.

김 총참모장과 김 당비서는 김 위원장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된 후 3차례 있은 해외나들이마다 따라갔다.

김 총참모장은 지난 30일 수송기편으로 뒤늦게 옴스크에 도착해 다음날부터 김 위원장을 수행했으며, 김 위원장의 측근이라는 점을 제쳐놓고라도 이번 방문에 군사협력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지는만큼 수행원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 당비서가 김 위원장의 러시아방문을 수행한 것은 그의 아버지 김 책(1951년1월 사망) 전 내각 부수상이 소련 극동군사령부 정찰국 소속 제88특별여단(하바로브스크소재)에서 김일성 주석과 함께 활동했다는 의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연 국방위원은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중국 상하이(上海)방문에 따라갔고 평소 김 위원장의 북한내 현지지도와 외국 손님을 만나는 자리에 자주 배석한 인물인데다 특히 군수산업시설이 집중돼 있는 자강도의 수장인만큼 수행원에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선전선동부장은 김 위원장이 이미 모스크바로 떠났던 지난달 27일까지만 해도 휴전협정 체결 48주년(7.27) 기념 `대성산혁명열사릉' 헌화식에 참석하는 등 평양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만큼 김 총참모장 등과 함께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측근이자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상하이 방문도 수행했던 정 선전선동부장은 앞으로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양과 체제선전 강화와 함께 현지 언론보도를 총괄해야 하므로 포함된 것으로 추측된다.

외교 전담 관료로는 김 위원장의 두차례 중국방문을 모두 수행했던 김양건 당 국제부장은 빠지고 강 제1부상이 따라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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