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 정상회담을 가진뒤 발표한 '모스크바 선언'을 통해 볼 때 남북관계는 당분간 소강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이른바 모스크바 선언에서 '북한 미사일의 비위협성'을 주장하고 '동북아 안전보장을 위한 한반도에서의 미군철수', '통일문제 해결에 있어 외부방해 불허용' 등을 강조함으로써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불만을 간접적으로 토로했다.

남북관계 정체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와 까다로운 북미대화 의제에 대한 북한의 불만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평가에 따르면 이같은 북한 주장은 러시아의 편들기로 한층더 힘이 실리게 됐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 김 위원장의 방러를 계기로 동북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돼 향후 한반도는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오히려 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꼬여 나갈 것이라는 예상마저 벌써부터 대두되고 있다.

내달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까지 성사되면 북한의 삼각동맹이 마무리되면서 한반도 현안은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구도 속에서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되고 그 여파로 남북관계 소강상태도도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모스크바 공동선언은 '6.15공동선언'과 '남북사이의 합의 존중' 등 남북관계 진전을 평가했다. 다시말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러시아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위해 베푼 만찬사에서 '러시아는 북한하고도, 한국 하고도 다양하고 실속있는 협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남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특히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7월 말 하노이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승수(韓昇洙) 외교부장관과 가진 회담을 통해 '제2차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이 장쩌민 주석의 방북을 통해 3각 동맹을 마무리하면 이를 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 남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이와관련, '북한은 미국에 대한 불만을 주한미군 철수라는 방식으로 표출했다'고 분석하고 '이번 모스크바 선언은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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