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4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4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핵심적 전략 안정 사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담은 모스크바 선언을 채택하고 양국 협력 문제를 다룬 의정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평양정상회담에 이어 1여년만에 다시 재회한 북-러 정상은 양국간 군사 및 경제협력 문제,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 북한 미사일 개발 문제, 남북 대화 등을 주의제로 두 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인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제2차 남북정상 회담 조속 개최를 권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북-미 관계 진전을 위한 러시아의 중재역 등도 거론될 것으로 보여 회담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모스크바 외교소식통들은 푸틴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김위원장에게 남북간 대화재개를 권고할 것이지만 김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을 직접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회담에서 북-미 관계의 핵심사안인 북한의 미사일 개발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작년 7월 평양을 방문,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외부 지원이 있을 경우 자체적인 미사일 개발 계획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조건부 미사일 개발계획 포기 의사’를 공개했으며 러시아측은 북한의 이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국은 이와 함께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빌미로 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동으로 천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강한 어조는 피할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망했다.

정상회담에서는 이밖에 북한이 도입을 추진하는 수호이27과 미그29기 등 전투기와 S300지대공 미사일 T90전차 등 최신예 러시아제 무기 구입 문제 등 양국 군사협력 강화방안도 심도있게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춘 북한군 총참모장이 뒤늦게 김 위원장의 방러에 합류한 것도 군사협력 논의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경제협력 분야에서 러시아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사업을 북한에 강력히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리야 클레바노프 러시아 부총리는 3일 북한의 조창덕 내각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북측 대표단과 경제.통상.과학기술위원회를 마친 뒤 '현재 모스크바에서 TKR과 TSR연결사업을 위한 마무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해 양국이 정상회담을 거쳐 철도협력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원자력 분야 협력, 러시아의 북한 공업의 재건 지원도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대북 지원 가운데는 북한내 4개 화력발전소와 철강단지의 현대화 계획 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실무회담에서 러시아측은 북한에 식량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정확한 지원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일 오후 모스크바 야로슬라브스크역에 도착, 모스크바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모스크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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