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용열차편으로 9일째 모스크바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은 열차편을 이용해 어떤 경로로 러시아에 갈 것인지 궁금하다.

열차편으로 시베리아를 횡단했던 외교관 출신 한 탈북자는 모스크바행 철도노선은 현재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달리고 있는 평양→두만강→하산→모스크바노선과 평양→신의주→중국의 선양(瀋陽)→만저우리→러시아의 치타→모스크바 노선이 있다고 밝혔다.

또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는 하산을 통과할 경우 9일, 중국을 거쳐 갈 경우에는 7일이 각각 걸린다고 이 탈북자는 소개했다.

북한 주민들은 이들 노선 가운데 하산을 경유하는 코스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번번이 객차를 갈아타야 하는 선양→모스크바 노선에 비해 하산으로 돌아가는 노선은 북한 객차가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에 요금이 적게 든다는 것이 이 탈북자의 설명이다.

이 탈북자에 따르면 러시아로 가는 북한 주민들은 평양-두만강행 열차에 붙은 북한산 `국제열차(객차)'를 타고 매주 금요일 평양역을 출발, 두만강역에 도착하게 된다.

객실내에서 출국수속을 하는 동안 국제객차는 북-러 국경을 오가는 전용기관차에 의해 러시아의 국경 역 하산에 도착하며 이곳에서 다시 입국수속을 밟는 동안 북한 국제객차는 러시아기관차에 연결된다.

두만강역에서 출국절차를 마치고 하산역에서 입국절차를 마무리하기까지 5시간 정도 걸린다.

하산에서 러시아기관차에 의해 견인된 북한 국제객차는 극동지역 출발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연결돼 하바로프스크, 울란우데, 이르쿠츠크, 옴스크 등을 거쳐 9일만에 종착역인 모스크바 야로슬라브역에 도착한다.

외국인, 해외동포, 해외를 방문하는 북한주민에 한해 이용할 수 있는 국제객차는 화장실, 세면장 등 편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고 한칸에 2명을 수용하는 침대칸의 이부자리도 청결하다. 객차에는 5명의 승무원이 근무하며 이중 1명은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이다.

이 객차는 장기 해외출장자나 블라디보스토크 및 하바로프스크 등에서 일하는 북한 벌목공 등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원동지방을 벗어나면 열차에 남는 인원은 승무원과 장기해외 출장자 2∼3명과 그들의 가족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승무원들과 승객들은 서로 초면이지만 금방 친해져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주패(카드)놀이를 하며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북한에서부터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또 정차할 때마다 역에서 장사꾼들과 흥정을 벌이고 음식을 사먹는 재미도 꽤 있지만 열차안에서 9일을 버티는데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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