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국제사회에서의 고립해소와 북한 미사일 개발계획을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재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외교 분석가들을 인용,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번 주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 위해 9천280㎞의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따라 러시아 방문에 나선지 1일로 일주일째를 맞았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포스트는 의료진과 요리사 등을 포함해 100명 이상의 대규모 수행원단을 거느리고 21량의 진녹색 일제 방탄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향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또 푸틴대통령과의 협상에서 무기구매에 큰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 연구소의 외교정책 전문가 아이보 H.댈더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을 협상 중개역으로 내세울 경우 김 위원장이 체면을 깎이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대화에 다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댈더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지만 미국에 구걸하는 입장에서 대화재개를 희망하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로서는 러시아를 대리인으로 삼아 대미대화에 나서는 것이 훨씬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특히 미국은 현재 러시아측이 김 위원장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 미국과의 협상에 다시 나서고, 나아가 서울을 방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갖도록 권유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김 위원장으로 부터 어떤 양보를 이끌어낼 경우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둘러싼 미-러시아 협상에서 자신의 발언권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스트는 덧붙였다.

모스크바의 러시아 군사전문가 파벨 펠겐하워는 이와 관련, '크렘린으로서는 김 위원장이 실제 위협적인 인물이 아니라 훨씬 교양을 갖춘 인물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백악관 국가안보담당보좌관의 방문에 이어 이루어지는 것으로, 라이스 보좌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전세계에 확산시키고 있는 탄도미사일이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오는 3일밤 모스크바에 도착, 4일 푸틴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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