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주장에 귀기울이지 않는 사회는 희망이 없고 원로들의 권고가 들리지 않는 사회는 방향이 없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청년들이 고민해야 할 물음이지만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답은 원로들의 몫이다.

공동체사회포럼(회장 이해원ㆍ이해원)이 97년6월부터 99년7월까지 사회지도층 인사 15명을 초청해 가진 강연집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수서원간)를 펴냈다. 이현재(이현재) 학술원 회장은 “60년대부터 추진한 효율성 위주의 근대화가 명분을 중시하는 한국 지성과 잘 접목되지 못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김대중(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은 “정치적으로 중심세력이 없고 그것은 리더십 부재, 국가경영의 난맥상으로 이어진다”며 “사회적으로도 체제 옹호의 가치가 흔들리고 계층간 세대간 대립만 격화되고 있어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정재각(정재각) 전 동국대총장은 “우리는 서구의 핵심을 창의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제도 등을 겉으로 흉내내는데 급급했다”며 “국민의식의 선진화와 같은 내용을 굳건하게 할 때 새로운 도약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권이혁(권이혁) 성균관대 이사장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자립성 창조성 도덕성 건강성이 갖춰져야 한다’며 “이 네가지 덕목을 제대로 갖춰야 세계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형섭(윤형섭) 건국대 총장은 “역사에는 겸허한 역사와 오만한 역사가 있는데 우리는 줄곧 오만한 역사를 물려받는 오류를 범해왔다”고 전제하고 “과거의 역사를 부정하는 우리의 행태는 우려스러우며 겸허한 역사를 계승해야만 전진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박춘호(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은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가르치지 않고 미화하고 있다”며 “역사의 정확한 실체를 알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정배(김정배)고려대총장은 남북한의 역사관 차이에 관해 강연하면서 “북한을 미화해서도곤란하지만 일방적으로 부정해서는 현실인식이 불가능하다”며 “우리의 북한인식이 도식적으로 기울면 북한의 변화를 간과하는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하(김민하) 전 한국교총회장은 교육정책과 관련된 비민주적 관행을 비판하며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이 배제된 상황에서 교육개혁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우리 사회가 미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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