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미국시각) 미국 하원 레이번(Rayburn) 빌딩 2200호에서 열린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의 미·북 관계 청문회.

잭 프리처드(Jack Pritchard)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가 홀로 증인석에 앉아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6일 대북대화 재개를 선언한뒤 북한과의 대화 등을 위해 임명한 사람이다. 그는 “내 상대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와 우리의 진지한 대화 의지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북한측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아직 북한과의 회담 테이블에 앉아 보지도 못한 그를 향한 의원들의 태도는 시큰둥했다. 제임스 리치(James Leach) 소위원장은 “갑자기 긴장이 고조될 경우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적임자에게 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상대가 극도로 비합리적인 정부이기 때문에 국무부를 나무라는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다.

에니 팔레오마베가(Eni Faleomavaega) 의원은 한술 더 떠 “이제 막 하노이에서 끝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과 ‘안녕, 다음에 또 봐요’라고 수인사만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프리처드의 답변은 “북한은 ARF에서 대화할 자세가 돼 있지 않았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의 접촉도 하려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청문회가 끝나고 1시간쯤 뒤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뉴스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0여일간 녹음기 틀듯이 반복된 답변이다.

이로부터 12시간쯤 뒤인 27일 낮(한국시각)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취임 후 처음 서울을 방문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부시 행정부에 북한과의 대화를 재촉했는데, 막상 하노이에서 북한에 ‘바람맞고’ 온 파월에게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 워싱턴=주용중 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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