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방문길에 나선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26일 오전 열차편으로 러·북 국경지역을 통과했다. 김 위원장은 하바로프스크와 옴스크를 거쳐 8월 3일쯤 모스크바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6일 오전 8시20분쯤 러·북 국경도시인 하산역에 도착,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Konstantin Pulikovsky) 극동지역 대통령 전권 대리인(부총리급)의 영접을 받았다. 풀리코프스키 전권 대리인과 함께 영접 나온 러시아측 관계자는 20여명. 김 위원장의 도착장면은 러시아 TV로 보도됐다.


◇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오른쪽)이 26일 특별열차편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도시인 하산에 도착,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 대리인(왼쪽 두번째)의 영접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는 하산역 도착 한 시간 뒤인 9시20분쯤 하바로프스크를 향해 떠났다.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에 도착하기까지는 8박9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외교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탄 열차는 하산을 경유,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우수리스크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합류하게 돼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 구간을 직행할 경우 6박7일(160여시간)이 소요되지만, 김 위원장은 모스크바 도착에 앞서 하바로프스크와 시베리아 군수산업도시 옴스크에 기착할 예정이어서 일정이 길어졌다. 하바로프스크는 광복 직전 김일성(金日成) 부대가 머물던 곳이며, 김 위원장의 실제 출생지로 알려져 있다. 옴스크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측으로부터 도입을 희망하고 있는 T-80 탱크 생산 공장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수행인원은 150여명이고 열차는 17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부터 흑해 연안 휴양지 소치에서 2주간 일정으로 가족과 휴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는 8월 2일 소치에서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담을 주재할 예정이며, 회담 다음날 모스크바로 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9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방러 시에도 옐친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휴가 중에 정상회담을 했었다.
/모스크바=황성준 특파원 sjhwang@chosun.com
/정병선기자 bschung@chosun.com



북한 중앙방송은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러시아 땅으로 들어서기 직전인 26일 오전 6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가까운 시기에 러시아를 공식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작년 5월과 금년 1월 김 위원장의 중국방문 때엔 김 위원장이 방문일정을 끝내고 북한지역으로 넘어온 직후, 방문사실을 보도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에 대해 우리 정보 당국자들은 “중국 방문은 비공식이었지만, 이번 러시아 방문은 공식방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일성도 생전에 외국을 공식방문할 때 북한 신문·방송들은 사전 예고는 물론, 그의 방문활동에 대해서도 상세히 보도했었다. 때문에 북한방송들이 26일부터 김 위원장의 러시아 체류일정을 상세하게 보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정보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공식방문과 비공식방문은 의전(儀典)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김일성 생존시 중국과 러시아를 열차로 공식 방문할 때 중간 기착지는 물론, 베이징(北京)과 모스크바역에 도착하면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공식 환영행사를 가졌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 때에도 같은 장면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 김일성의 경우, 중국과 러시아 공식방문 때 그를 초청한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베이징과 모스크바역(혹은 공항)까지 직접 영접을 나왔었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외교관례였다. 김 위원장도 작년 7월 북한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평양공항에서 직접 맞았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 영접을 위해 직접 모스크바역까지 나올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그러나 지난 4월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위한 실무접촉 때 푸틴 대통령이 직접 영접을 나오는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역에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의 방러에 관한 ‘움직임’을 시시각각 체크하면서 이것이 향후 미북 및 남북대화, 나아가 한반도 문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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