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앉은 남북, 8시간 동안 별 얘기 못해

2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8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에서 남북 대표는 8시간에 걸친 회의시간 동안 옆자리에 앉아 있었으나 북한측 대표의 소극적 태도로 의미있는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은 물론 미·일·중·러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언급하고 의장성명서에도 상당부분을 차지할 만큼 국제외교 무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대화’피한 북한=오전 9시부터 시작된 회의에서 북한 허종 대사와 나란히 앉은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은 몇 차례에 걸쳐 대화를 시도했으나 사실상 무위로 끝났다. 정부 관계자는 “점심시간을 포함해 두 차례 휴식시간 등에서도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하면서 “미·북간 접촉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허 대사에게 남북대화 재개와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필요성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표는 이날 오후 유일하게 유럽연합(EU) 집행위의 펄시 베스터룬트 아시아담당 국장과 접촉, 지난 5월 수교발표 이후 관계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반도 문제 논의=이날 ARF 회의는 23개 회원국 대표들이 돌아가면서 발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대표들은 한반도 정세 외에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미얀마, 미·중 관계 등 지역현안들에 관해 발언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 문제를 언급했다.

한반도 문제는 거의 모든 국가들이 언급, 작년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그 이후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대표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조기개최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대표는 미·북관계를 중심으로 발언했으며, 남북공동선언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했다.
/하노이=허용범기자 h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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