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국무총리는 18일 국회에서 “야당과 일부 언론이 반통일 세력이라는 인식에 동의하느냐”는 야당의원의 질의에 “국내에 일부 친북세력을 제외하곤 반통일 세력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통일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우리 헌법정신과 역대정부가 추진해온 통일정책에 비추어보면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작금 우리 사회 일각, 심지어 집권층 내부의 통일문제를 둘러싼 불투명성을 고려하면 이총리의 발언은 어딘지 신선한 감마저 준다.

이총리의 발언을 두고 우리는 알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정부·여당은 이총리의 발언에 동의하는지를 묻고 싶다. 이총리의 발언은 네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우리 국민치고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②통일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 ③야당과 일부 언론은 반통일세력이 아니다. ④친북세력이 반통일세력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체제에 살고 있는 사람은 통일세력이고 북한체제를 원하는 사람은 반통일 세력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명쾌한 지적이다. 그런데 최근 여권 일각에서 통일헌법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면서 통일헌법은 우리헌법을 중심으로 하면 「편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총리의 논리대로라면 이들이야말로 반통일적 요소를 안고 있는 것이 된다.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고수하는 것이 「편협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여권과 일부 친여세력들은 자기들과 견해를 달리하거나 반대하는 측은 거의 예외없이 「반통일」로 매도해왔다. 야당을 그렇게 매도했고 비판신문도 당보를 통해 「반통일」 「수구」로 단정했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비판적인 모든 것에 대해 「반통일」이라는 접두사를 남용해왔다. 이총리는 이런 민주당과 일부 친여세력의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봐도 되는가.

만일 이총리의 답변이 정부의 통일된 의견이라면 정부는 이것을 계기로 분명한 입장과 태도를 표명해 소모적인 논쟁에 종지부를 찍도록 해야 한다. 설령 그것이 통일된 의견이 아니라면 정부는 더이상의 혼란과 갈등을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분명한 내부정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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