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미국이 대화 거부해서 북한이 핵폭탄 만든건가요
A: 미국에 책임넘기려는 핑계 처음부터 核포기 의사 없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대 관심사는 정권의 생존이다. 핵폭탄을 버리는 것이 정권 유지에 더 도움이 되면 지금 당장이라도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과 대화해서 테러 지원국에서 제외해주고, 북한과 수교(修交)해 주면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정권이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할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실제 그렇게 돼서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생기고 경제 구조가 대외 개방형으로 바뀌어 나가면 오히려 정권을 지탱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개방이니 개혁이니 하는 것은 모두 우리를 넘어뜨리려는 자들의 수작”이라고 극단적인 피해의식을 보인 것은 북한 내부 문서에서 수차례 확인된 바 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 정권이 미국과 사이가 좋아져서 체제 안전을 추구한다는 발상을 하려면 개방 충격을 견뎌낼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겠느냐”고 했다.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책임을 ‘밖’으로 돌리지만 사실은 ‘개방’으로 인한 압력을 견딜 자신이 없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화보다는 핵무장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결국 김 위원장은 핵폭탄을 갖는 것이 정권 유지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핵폭탄을 갖게 되면 누구도 북한을 공격할 수 없게 되고 남한을 핵인질로 만들어 정권 유지에 필요한 돈과 물자를 받아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북한은 1991년 남한과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하고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핵폭탄 개발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었다. 1994년에 미국과 핵동결에 합의(제네바 합의)했지만, 곧바로 몰래 우라늄 농축을 시도한 것이 입증됐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 지금 돌이켜 보면 북한이 6자회담에 참석한 것도 미국의 압박을 피하면서 핵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려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게 됐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북한은 핵 보유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북한에게 북·미 대화든 6자회담이든 협상은 애초부터 필요 없는 것이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인택 교수도 “미국과 대화를 하며 어떤 보상을 받은 들 그것이 북한 정권의 생존을 대신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대북 금융제재도 북한의 핵폭탄 개발과 관계가 없다. 금융제재는 작년부터였는데 북한은 1980년대부터 핵을 개발해 왔다./강인선기자 in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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