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Colin Powell)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하순 일주일간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한다. 그의 아시아 순방은 취임후 처음이며, 중동사태 등으로 당초 예정보다 늦춰진 것이다.

그의 방문국은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과, 아시아의 지역 강자인 중국, 그리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개최국인 베트남이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올들어 유난히 격랑이 일었던 중국, 일본, 한국과의 관계를 재점검하고,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전후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정상외교를 사전 조율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그는 27~28일 한국을 방문,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하고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한 장관의 방미 때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둘러싸고 한미간의 정책조율이 대체로 마무리된 상태여서, 이번에는 동아시아에서 한·미 공조 외교를 재강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초청건은 한국 정부가 공식 의제에서 제외시킬 가능성이 크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하노이에서 파월 장관과 백남순(백남순) 북한 외무상의 회담 가능성이다.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미 국무부 부장관은 6일 두 사람이 만날 가능성에 대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만일 ARF 회의전 미·북 실무협상이 개최된다면, 파월·백 회동이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상견례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전 행정부와는 달리 북한이 핵과 미사일, 재래식 군사력 문제 등 핵심현안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회담의 격을 높일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부시 행정부의 대화 제의에 북한은 아직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미·북 실무 협상이 ARF전 개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파월은 중국 방문을 통해서는 그동안 정찰기 충돌사건과 타이완(대만) 문제 등으로 껄끄러웠던 양국간 관계개선을 위해 상당히 유연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대통령과 장쩌민(강택민) 주석은 지난주 전화 통화를 했다.

파월은 첫 방문지인 일본에서는 6월30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양국간 동맹관계 강화를 더욱 다지고, 호주에서는 도널드 럼즈펠드(Donald Rumsfeld) 국방장관과 함께 미·호주 각료 협의회에 참석한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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