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권단체 가장해 '일망타진' 노리기도

북한은 지난 98년 4월 국가안전보위부 산하에 해외 탈북자들을 전문적으로 색출 검거하는 "추격과"라는 부서를 신설,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8년 말 북한을 떠나 올해 초 입국한 박일규(가명. 35)씨는 김일성 주석 사후 식량난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탈북자들이 늘어나자 98년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별지시로 국가안전보위부 산하에 "추격과"를 신설, 해외 탈북자 색출과 검거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씨에 따르면 "추격과"는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각 시·군 보위부에 집중적으로 생겼는데 규모는 30∼40명, 연령층은 20대 초중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중국 공안당국과 사전 업무협의 없이 북경(北京), 상해(上海), 심양(瀋陽), 장춘(長春), 대련(大連), 청도(靑島) 연길(延吉) 등 주요 도시 호텔에 거점을 마련하고 탈북자 색출에 나서고 있다.

박씨는 추격과 요원들이 탈북자 검거를 위해 한국의 인권단체를 가장해 한국 말씨를 쓰면서 탈북자들에게 접근해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유인, 일망타진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면서 일례로 지난 3월 북-중 국경지역인 용정에서 15명의 탈북자가 한꺼번에 이들에게 검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추격과 요원들이 탈북자들을 체포하면 대개 중국 공안(경찰)에 넘겨 북한으로 압송하는 합법적인 방법을 쓰지만 주요 인물이나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직접 북한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가안전보위부에 추격과가 생겨 이들이 움직이면서부터 중국을 떠도는 탈북자 가운데 북한으로 잡혀간 사람의 숫자가 부쩍 늘어났다고 박씨는 말했다.

중국 내 탈북자 사회에서는 한국이 북한에 보낸 쌀·비료 등 지원물자의 일부가 해외로 빼돌려져 추격과 요원들의 활동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김광인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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