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건설·무역·비료 등 남북경협 관련 업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남북경협이 구체적으로 진전될 경우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과 위탁가공분야에 국내 대기업·중소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금융주를 중심으로 한 낙폭과대 저가 대중주의 초강세를 이어받을 순환매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가세,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건설주는 지난 5일에 이어 7일에도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구분없이 거의 전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남북경협 테마주의 등장은 올들어 3번째. 지난 3월 9일 김대중 대통령의 독일방문 중 대북 사회간접자본 지원을 골자로 한 베를린 선언이 첫번째였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대북관련 수혜주들이 급등했다가, 단기간내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SOC사업이 투자회수에 장기간이 걸리는 등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두번째는 지난 4월 11일 남북정상회담 계획 발표. 이때도 남북경협 관련주 상승은 ‘1일 천하’로 끝났다.

증시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작된 이번 상승세가 과거보다는 좀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양증권 김미연 연구원은 “1차적으로 대형건설업체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으며, 금강산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그룹주, 무역주, 경공업주, 농약 및 비료 관련주, 제약주, 전자부품 및 자동차부품 관련주에 대한 파급효과의 확산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기업분석실장은 “작년 7월 230까지 올랐던 건설업종지수가 최근 50까지 하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1년간에 걸친 하락추세에서 탈피하는 큰 시세의 출발로 봐야 한다”면서 “국내 기관투자가이든 외국인이든 보유비중이 거의 없는 종목들이어서 상승세는 한동안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료’만으로 종목 구별없이 무조건 급등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경계론도 적지 않다. 특히 업종별 애널리스트들은 남북경렵 수혜업종의 업황에 대해 거의 대부분 부정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굿모닝증권 문기훈 애널리스트는 “건설업의 경우 대부분 재무구조가 다소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업황은 매우 불투명하다”며 “북한진출이 단기간내에 수익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 수주와 건축허가가 전년동기 대비 각각 72%, 91% 증가했지만 업황의 호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종합상사의 경우도 무역규모 감소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대신경제연구소 전재곤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직접적인 수혜업체로 부상하고 있는 비료업체들도 마찬가지 상황. 대우증권 이봉식 부장은 “올해 북한에 공급된 예상량은 20만t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남해화학이 8만4000t으로 225억원 정도, 나머지는 2만~4만t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한기자 dhlee@chosun.com

현대건설 최근 한달간 주가 추이

남해화학 최근 한달간 주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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