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중국을 거쳐 제3국을 통해 망명한 황장엽(黃長燁.78) 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의 미국 방문 여부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4일 '미국의 제시 헬름스(공화) 전 상원의원, 크리스토퍼 콕스 및 헨리 J 하이드 하원의원, 디펜스 포럼의 수전 숄테 회장 등이 최근 황장엽씨의 미국 방문을 요청하는 초청장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월초 황씨가 헬름스 전의원의 초청에 대해 `기꺼이 응하겠다'는 요지의 답신을 보내면서 불거진 황씨의 미국행 논란이 되살아 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황씨 방미 문제와 관련, '공식 초청이 있고, 한.미 정부간 신변안전 보장 대책이 마련되면 허락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와 관련,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월 1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답변에서 '(미국의)초청자측이 시기, (황씨의)신변보호를 위한 조치와 함께 구체적인 초청장이 오지 않았다'면서 '그것이 오고난 다음 검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겉으로 드러난 황씨 방미의 최대 관건은 확실한 신변안전 보장책 마련 여부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한.미 정부간 공식적인 협의를 거쳐 마련된 보장책이어야 한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국정원은 '황씨 방미 문제는 그 특수성을 고려해 한.미 정부 차원의 신변안전 보장 등 사전 충분한 검토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한.미 정부간 협의할 사항'이라고 분명히 못밖았다.

그러나 양측은 황씨의 방미에 따른 신변 안전보장 대책을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고, 앞으로 논의할 일정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국정원 관계자는 전했다.

또 이들 네사람이 개인적으로 보낸 초청장에 언급된 `신변안전 조치' 내용이 미국 정부가 보증한 것이 아닌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는게 정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황씨의 방미 시기도 관심거리다. 황씨 방미 일정과 관련, 하이드 하원의원은 `7월 20일 이후의 주간에 예정된 상임위 회의'에, 콕스 하원의원은 `7월 19-26일 열리는 하원회의'에 참석해줄 것을 각각 요청했다.

그러나 국정원측은 황씨의 증언이 비공개적인 의원 간담회 수준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점과 양측 정부간에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점을 들어 초청장에 제시된 시기를 맞춘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이밖에 미국에서 토해낼 황씨의 대북 발언 수위 조절 문제도 방미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미국내 전반적인 분위기가 대북 강경흐름으로 치닫고 있는 마당에 북한 고위직 출신 인사인 황씨의 말 한마디가 경우에 따라서는 `메가톤급' 이상의 위력을 가질 수 있다는게 정부의 고민이다.

따라서 황씨의 미국 방문 성사 여부는 한.미 양국간 공식적인 협의를 진행한 이후 가능할 것이란게 대체적인 지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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