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여당인 공화당을 중심으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의 방미를 적극 주선하고 있어 성사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의회는 지난해 11월 제시 헬름즈 당시 상원 외교위원장이 황씨를 초청한 데 이어 하원도 헨리 하이드 국제관계위원장과 크리스토퍼 콕스 공화당 정책위 의장 명의의 공식 초청장을 최근 황씨에게 보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들의 초청장은 지난 1일 서울에 파견된 헬름즈 의원의 보좌관 짐 도란과 콕스 의장의 보좌관 척 다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황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자 초청장에서 황씨와 그의 비서실장인 김덕홍씨가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위원회의 주간 일정에 출석할 것을 요청했으며 콕스 의장은 지난달 28일자 서한에서 19일이나 26일 증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지난 3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의회 방문 당시 헬름즈 의원이 황씨 방미 문제를 언급하자 김 대통령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음을 상기시켰으나 황씨가 의회에서 북한에 불리한 내용을 증언한다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 등 남북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회 소식통들은 황씨 방미가 성사될 경우의 일정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으나 비공개 청문회와 의원 등 관계자들과의 비공식 면담 형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드 위원장과 콕스 위원장은 황씨의 미국 체류 중 신변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관계 기관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1999년부터 황씨 방미를 추진 중인 탈북자 인권단체 디펜스 포럼재단은 지난달 29일자 초청장에서 도란 보좌관과 다운스 보좌관이 서울에서 특별 항공편 문제를 황씨와 협의할 것이라고 밝혀 미 공군기를 동원하거나 민간 항공기의 좌석을 특별 예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황씨의 방미는 신변 안전 문제 등도 있으므로 정부 당국간 협의를 거쳐 결정될 문제'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아직 미국 정부와의 접촉은 없으며 미국측의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하겠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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