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임박해지면서 한반도가 서서히 세계 미디어의 톱 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마지막 냉전지대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회담의 일정·의제와 관련, 시시각각 생산되는 사실을 전하는 보도는 물론,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를 점치는 전망·분석 기사들이 숨가쁘게 쏟아지고 있다.

AP, AFP, 로이터 등 주요 통신사와 CNN 방송 등이 매일 서비스하는 한국 관련 기사는 그동안은 경제뉴스 중심이었으나, 두 달 전부터는 정상회담 관련 기사가 대부분이다. 특히 지난달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비밀방문이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자, 세계의 통신 방송 신문은 큰 것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긴장과 기대 속에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지난 주에는 홍콩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아시아위크가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타임(6월 12일자)은 8쪽에 걸친 특집기사에서 분단 이후 남북한 연표와 함께 남한 내 이산가족들의 현실과 염원을 정상회담과 연결지어 소개했다. 타임은 “집권 6년째인 김정일이 권력을 약화시키지 않고 남한으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김정일이 정상회담에 응한 배경을 분석하고, 대북관계 개선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온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 더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은 정상회담 이후 주한 미군의 운명도 다루었다. 타임은 ‘남북 정상이 한반도 긴장완화에 합의할 경우 미군이 얼마나 더 주둔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6·25 당시 미군의 노근리 양민학살 보도와 최근 매향리 미군 사격장 사건 등을 계기로 다시 불거져 나온 한국 내 반미(반미) 분위기를 ‘우려 섞인 시각’으로 전달하고 있다.

아시아위크(6월 9일자)는 7쪽짜리 기사에서 정상회담이 미·중·러 ·일 4 강 대국과 동북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시아위크는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한·미 관계가 소원해지고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으며, 회담 이후 동북아 주변 정세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6월 2일)는 남북정상회담 뉴스와 함께 최근 있었던 김정일의 방중이 비밀로 부쳐진 것은 북한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김정일의 안전과 방중기간 중 북한 내 쿠데타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전해 주목을 끌고있다.

그러나 세계 언론의 정상회담 보도는 반쪽 뉴스 상태로 전달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한국과 서방의 당국자, 학자들의 얘기는 있어도 북한의 목소리는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한 공식발표 외에는 없다.

정작 정상회담이 열리는 평양에의 접근을 차단당한 서방매체들은 한반도 특수사정을 실감하면서도, 취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덕분에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서울로 날아오는 기자들만 1000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연극기자 yk-kim@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