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현대아산과 금강산 관광사업은 소멸위기에서 벗어나 회생 기회를 잡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선 정부는 앞으로 대체 어떤 명분으로 기업들에 대해 구조조정을 요구할 염치가 있을 것인가? 특정기업에 대해서는 온갖 편법을 동원해 초법적인 혜택을 베풀어주면서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는 시장경제 원리를 강조하는 이 적나라한 이중잣대는 그 어떤 구실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금강산 사업과 관련한 대출에 대해 당초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은행들이 태도를 바꿔 300억원을 대출해주기로 한 과정도 괴이쩍기 그지없다. ‘금강산 관광사업용’이 아니라 관광공사의 ‘운전자금’으로 대출명목을 바꿨다고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이다.
더욱이 금강산 육로관광 사업은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고, 사업의 수익성은 더욱 불투명한 상태다. 기껏 짜맞췄다는 것이 학생 수학여행단에 의존해 수지를 맞추겠다는 것인 모양인데, 사실이 그러하다면 실로 궁색하기 짝이 없는 셈법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적자를 낼 때마다 계속 국민 세금으로 이를 메워줘야 할 것인가.
남북 경협사업은 순수하게 경제논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민간 비즈니스에 ‘정치’의 작위성이 끼어들면 ‘경제’로서의 지탱력과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 정부는 마땅히 당초의 ‘정경분리’ 원칙을 훼손해선 안될 일이다. 남북협력기금의 집행에 대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원칙과 절차를 새로 정립해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