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의 시름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도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북한이 개성관광 사업을 롯데관광과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지난 1일부터 개성공단 방문자들의 시내 출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이 작년 8-9월 세차례에 걸쳐 시범관광을 진행하면서 본관광에 대한 희망이 보였던 개성관광 사업은 다시 끝모를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 개성관광 어디로? = 최근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 개성관광을 둘러싼 문제는 이번에 새롭게 제기된 것은 아니다.

북한은 작년 5월부터 개성관광을 롯데관광과 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으며 김윤규 전 부회장 퇴출 문제로 현대와 갈등을 빚던 작년 10월에는 담화를 통해 현대아산과 개성관광을 할 수 없으며, 다른 사업자와 관광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지금으로선 개성관광의 사업 주체에 대한 남북간 이견이 확실하고 북으로부터 개성관광 사업 제안을 받고 있는 롯데관광도 정부의 뜻을 따르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개성관광 사업은 한동안 더 정체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난관에 부딪힌 개성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아산이 롯데관광과 손잡고 개성관광에 대한 공동사업을 벌이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은 개성관광에 대한 독점적인 사업권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개성관광에 참여할 의지가 있는 업체라면 누구라도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대가 독점 사업권을 갖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현대만 홀로 사업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어느 업체든 개성관광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우리와 함께 사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롯데관광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개성관광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제안이나 협의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며 “그러나 롯데로부터 그런 제안이 들어온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관광도 현대아산과 함께 개성관광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어느정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관광 관계자는 “정부의 뜻을 따른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만일 정부가 개성관광을 현대아산과 협력해 추진하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검토를 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이 공동사업을 한다고 해도 서로가 어디까지 양보하고 어디까지 권한을 주장할 지에 대해 아무런 입장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정작 북한이 현대의 개성관광 사업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 역시 만만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 또다시 격랑 만난 현대아산.. “인내할 수 밖에” = 현대아산은 작년 8월 김윤규 전 부회장 사태에 이은 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금강산 관광객이 하루 600명으로 제한되는 등 큰 고비를 겪은 바 있다.

그러나 작년말 금강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처리 과정을 고비로 현대아산은 북한과 관계 회복에 성공했고 지난 봄에는 내금강 관광을 위한 답사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작년 사업 8년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낸 현대아산은 기세를 몰아 올 가을에는 내금강 본관광을 계획하는 한편 관광객 목표도 작년보다 10만명 늘어난 40만명으로 올려 잡는 등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돼 한창 가을 단풍철 예약 손님을 받아야 하는 현대아산으로선 여행객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내금강 관광을 위한 도로와 안전시설 조성 및 뒤이은 시범관광은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일각에서는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자체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본격적인 성수기 영업을 시작한 지난 주말 강원지역을 몰아친 집중호우로 예약자의 절반 가량이 계약을 해지한 것도 현대아산으로선 아플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대아산은 지금까지 8년동안 대북사업을 진행해 오면서 숱한 시련을 헤쳐왔던 것처럼 현 상황을 인내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재 남북 관계가 매우 힘든 처지가 됐지만 다시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인내심을 갖고 대북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회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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