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군 등 탈북자 7명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北京) 사무소에 난민 인정 신청을 한 것과 관련, 국내 탈북자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은 북한과 중국간 관계가 복원되면서 최근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것과 연관이 있다'며 여러가지 해법을 내놓았다.

길수군 가족의 난민 인정 신청을 도운 `길수가족 구명운동본부'(대표 김동규 교수)의 황재일 간사는 '반드시 난민으로 인정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UNHCR 사무소로 찾아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9년 8월 당시 중국을 드나들며 사업을 하는 한편, 탈북자들을 후원하던 문국한 사무국장이 우연히 길수군 가족들을 만나면서 같은해 9월 만들어진 이 단체는 중국내 탈북자들이 처한 상황이 악화되면서 최근 가족중 일부가 붙잡혀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되자 타결책을 모색해왔다.

물론 돈을 들여 이들을 국내로 데려오는 방법도 모색해볼 수 있었지만 구명운동본부가 그동안의 활동 과정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이 심각해지는 바람에 이마저도 어려웠고 최근 길수군 가족의 소재지가 부근 주민의 신고로 발각될 위기에 처하면서 UNHCR 점거라는 마지막 수단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민주화운동 단체인 `북한 민주화네트워크' 한기홍 운영위원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최근 북한과 중국간의 관계가 복원되면서 동북 3성 지역의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영향으로 인해 동북 3성 지역의 탈북자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는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가족들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며 '중국 정부도 아마도 내달중 올림픽 유치 관련 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이 사건을 그리 오래 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탈북난민유엔청원운동본부 대표 김상철 변호사도 이와 비슷한 지적을 했다.

김 변호사는 '난민 인정 권한은 UNHCR가 아니라 해당국 정부, 즉 이번 사안의 경우 중국 정부가 쥐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결코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겠지만 내달 올림픽 유치 관련 회의를 앞두고 있는 만큼 북한으로 돌려보내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개인적인 전망으로는 중국이 러시아처럼 결정권을 다시 UNHCR에 위임하거나 난민 인정은 불허하되 중국 체류를 허용하는 식의 타협책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탈북자 관련 단체 관계자는 '중국 체류는 길수군 가족이 받아들이지 않을테고 결정권을 UNHCR에 위임하는 것은 사실상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결국 황장엽씨 망명 신청사건 처리와 비슷하게 일단 제3국으로 추방했다가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식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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