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를 전후해 북한에서는 유난히 반미와 주한미군 철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북의 핵심적인 논지는 「미국이 미사일 문제, 재래식 무기 문제를 걸고 우리에 대해 당치않게 강경대응 운운」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측에 대해서는 별로 비난의 말이 없었다는 것이다. 북의 이런 동향과 관련해 우리는 몇 가지 사항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6·25를 「특별한 날」로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근래 우리쪽에서는 6·25를 변변히 기념하지도 않는 채 어물쩍 넘기는 것과는 크게 대비가 된다. 북한이 이렇듯 반미에 열을 올리는 것은 물론 부시 행정부의 대북기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겠으며, 그것을 계기로 북한이 다시 「한반도 문제의 본질=미제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그들의 「혁명적 원칙」을 「대화」나 「긴장완화」보다 더 긴박한 당면의 과제로 천명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이어서 주시해야 할 것은 6·25의 성격과 관련해 『이제 과거는 따지지 말자』고 하던 「대화시기」의 논리 대신, 『6·25는 미제가… 계획적으로 도발한 침략전쟁이었다』며, 그쪽의 해묵은 「북침론」을 다시 꺼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북한의 전략기조가 적어도 당분간은 다시 6·15이전 재래의 전투적인 이데올로기에 더 투철할 것임을 드러낸다 하겠다.

또하나 눈에 띄는 것은 『남조선 각계각층 인민들은… 미제 침략군을 몰아내기 위한 투쟁을 과감히 벌여야…』라고 한 대목이다. 한·미 공조를 깨고 북한과의 이른바 「민족공조」로 돌아서라는 통일전선 전술이자, 「북한식 민족주의」 선동인 것이다. 「한·미」를 이간하고 남쪽 내부를 『친북이냐 반북이냐』로 갈라서 「반북」을 고립시키자는 전술인 셈이다. 남측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간책과 「양자택일 요구」전술하고 깊은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김정일이 주한미군의 존재를 양해했다』는 단정과 확언은 과연 무엇에 근거한 것이었으며, 설령 그렇게 생각할 만한 약간의 인상론적 계기가 있었다 해도 이제와서는 그것이 허물어졌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정부의 소견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럴 때마다 그것은 북의 「대내용」이다, 무엇이다 하면서 마치 북한 당국자의 설명을 직접 듣기라도 했다는 양 친절한 「해설」을 해주곤 했지만, 북한의 사활적 「존재명분」을 그렇게 가변적인 것으로 쉽게 보아서는 곤란하다. 「주한미군 철수」를 접는다는 것은 북한으로선 근본적인 자기부정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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