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해방 후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새정부의 햇볕정책이 거둔 성과라는 긍정적 평가의 반대편엔 결국 북한에 이용만 당할 것이란 냉소적 전망과 비판이 단단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아직도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다는 반증일 것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구영록(구영록·66) 명예교수가 미래의 바람직한 남북한 관계를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모색해 본 ‘한국의 햇볕정책’(법문사)은 남북이 화해무드로 가는 시점에 나온 정치학계 원로의 저술이란 점에서 우선 눈길을 끈다.

“기능이란, 요컨대 ‘남북관계’란 집을 짓는데 필요한 벽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남북간 연결도로 건설, 산업생산망 형성, 문화교류 등 남과 북 사이에 다양한 기능망을 형성하자는 것이 기능주의의 요체입니다. ”

왜 기능주의를 선택해야 하는가. 그는 힘의 균형에서 국가간 질서와 평화를 찾는 현실주의 논리의 한계를 지적한다. 힘의 균형이 깨지면 전쟁이 터진다는 주장은 곧 힘만으론 평화를 이룰 수 없다는 역설적인 논리와도 맞닿는다는 것.

그는 “남북간의 50년에 걸친 군사대치는 이제 우리 민족에게 아무런 돌파구도 마련해주지 못한다”며 “경제·문화 교류가 확대되면 될수록 전쟁 기회비용이 높아져 결국 전쟁억제와 남북간 평화공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말했다.

햇볕정책에 대해 그는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 평가하면서도 전제조건을 단다. “기능주의에서는 남북간 호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시혜적인 관계는 조속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

/글=김태훈기자 scoop8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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