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선들이 우리 영해를 처음으로 침범했던 지난 2일 저녁 김동신 국방장관은 청사로 되돌아와 군을 지휘했으나, 군의 작전을 총괄하는 조영길 합참의장은 청사 대신 공관으로 가 그곳에서 지휘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군에서 긴박한 일이 발생할 경우 군 수뇌부들은 국방부 지하벙커 지휘통제실에서 지휘하는 것이 통례다.

20일 국방부와 합참에 따르면, 조 의장은 이날 남성대 골프장에서 운동을 마친 뒤 골프장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가 북한 상선 「백마강호」가 오후 7시10분쯤 추자도 서쪽 15마일 영해상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후 저녁을 일찍 끝내고 오후 8시쯤 공관으로 향했다. 조 의장은 공관에서 상황을 보고받으며 작전 지휘를 했다고 합참 관계자는 전했다.

역시 남성대 골프장에서 운동을 한 뒤 조 의장 옆방에서 식사를 하던 김 장관은 백마강호 발견 사실을 알게 된 뒤 저녁을 먹지 않은 채 급히 국방부로 향해 9시쯤 청사에 도착, 합참 지하벙커에 있는 지휘통제실에 들러 관련 장교들을 격려한 뒤 퇴근했다.

일부 장교들은 이와 관련, “사정이야 어떻게됐든 북한 상선이 들어온 날 장관이 밤 늦게 청사에 들어왔는데 합참의장이 들어오지 않은 것은 적절치 않았다”면서 『 두 분이 골프운동을 강행한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장이 공관에서 지휘를 한 것은 평상시 스타일이며 지난 98년 북한 반잠수정 침투사건 때도 공관에서 지휘를 했었다』면서 『장관과 의장이 운동을 할 때만 해도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을 심각하게 보기 어려운 초기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에 참석했다가 오후 4시30분쯤 친지들과의 운동에 뒤늦게 합류, 후반 9홀을 돌았다. 조 의장은 지난달 말 전역한 모 정보부대장 환송을 위한 골프 모임에 오후 1시36분쯤 참석했다.

조 의장은 운동 시작 직후 북한 상선 「령군봉호」가 낮 12시35분쯤 추자도 동남방 17마일 영해상에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조 의장은 합참 작전본부장 등 합참에 대기하고 있던 군 간부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고 운동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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