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일)과 내일 이틀간 금강산에서 ‘남북대학생 대표자회의’라는 행사가 열린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을 주축으로 한 남쪽 대학생 357명과 북쪽의 120여명이 모여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반통일 好戰호전세력을 청산하자’는 공동결의문을 낼 것이라고 한다.

1996년 이래 10년째 利敵이적단체 명찰을 떼지 못하고 있는 한총련이 당당하게 통일부의 訪北방북허가를 얻어 이런 불장난을 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대법원도 1998년과 2003년, 올해 초 잇따라 한총련이 이적단체임을 확인하는 판결을 했다. 통일부가 대부분 한총련 회원인 방북 신청자 357명에게 방북 승인을 내준 구실은 “행사 추진단체가 한총련이 아닌 ‘6·15 대학생운동본부’이므로 별 문제 없다”는 것이다. 통일부가 정말 눈이 멀었는지 아니면 눈이 먼 체하며 딴짓을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통일부는 작년 5월엔 남북대학생 회의를 준비하러 가는 한총련 의장의 방북도 군말 없이 허가했다. 그때도 “의장자격이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둘러대면서 “남북관계의 원만한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설까지 덧붙였다.

7월에는 친북통일단체인 범민련 사람들의 ‘금강산 통일기행’을 허가하면서 6·25때 국군을 5명이나 살해한 빨치산 출신과 간첩 출신 5명의 방북을 함께 승인했다. 설명은 “인권 측면에서 금강산 관광을 제한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의 판결이건 정부정책이건 통일부의 눈에 보이는 게 없다는 이야기다.

사실 한총련의 실상도 한심하다. 전국 200여개 대학 중에 아직 한총련에 남아있는 대학은 36개뿐이다. ‘대학생대표자회의’라는 건 과장확대광고에 지나지 않는다.

공동결의문이니 호소문이니 하는 문건의 내용도 “외세와 野合야합하여 민족의 머리 위에 핵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려는 반통일 호전세력” “우리민족끼리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통일을 추동하는 위력한 힘” 하는 20년 전 구호를 아직도 외고 있는 걸 보면 북한이 불러주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받아적은 듯하다.

한마디로 지금의 한총련은 머리도 가슴도 텅텅 비어있다는 증거다. 정말로 아까운 청춘을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