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24일 끝난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우리 대표단이 金大中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중 訪北방북 의사를 전달한 데 대해 北側북측은 “기본적으로 의견을 같이 했다”고 우리 수석 대표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밝혔다.

이 장관은 “구체적인 날짜와 일정, 방북단 규모, 열차 이용 여부 및 절차에 대해선 5월 중 실무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 말처럼 일이 진행된다면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지 꼭 6년 만에 다시 북한 땅을 밟고 김정일 국방 위원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 전 대통령으로선 개인적 感懷감회가 클 것이지만 이번 방북은 북한에 가서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역사적’이라는 評價평가를 받았던 6년 전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지금 北核북핵 문제는 6자회담이란 舞臺무대를 벗어나 꼬여만 가고 있고 어디서 어떻게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조차 모를 지경이 됐다. 남북정상이 다시 만난다 해도 이 문제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과 북한주민 그리고 민족 전체를 위해서도 북핵문제에 대한 결심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 하는 일이다. 그리고 자신과의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南北남북 전체 동포들에게 약속했던 서울 방문 날짜도 받아 내야 한다.

만일 그것이 정 어렵다면 485명 납북자를 비롯, 국군포로들을 남쪽으로 보내겠다는 약속이라도 받아 내야 한다. 만일 김 전 대통령이 이런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낼 방책도 없이 북한에 가서 100만 평양 시민의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소리만 듣고서 돌아 오게 된다면 서울 시민들은 6년 전과는 다른 심정으로 그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으로 하여금 北核북핵, 위폐 제조, 인권 문제 등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이 이성적인 代案대안을 내놓게 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 그렇게 못하고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이런 문제에 대한 대답을 미루고 시간을 벌게 하는 구실로만 이용된다면 국제사회가 한국을 더욱 불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정권 역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정권 이익 차원에서 이용하려는 유혹을 벗어 던져야 한다. 북한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을 실무협의를 끝내 놓고 발표하기를 원했는데도 이 장관이 발표를 서두른 것은 5월 지방선거를 비롯한 국내 정치적 고려를 앞세운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김 전 대통령 자신은 물론이고 이 정권은 김 전 대통령의 이번 방북을 무거운 심정으로 준비해야 한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