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대한민국 국무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제3회의실 내부는 마치 일본 총리의 청문회장이라도 된 듯 일본 언론들로 북적댔다.

NHK, 후지TV, NTV, TBS, TV아사히 등 거의 모든 방송사와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등 메이저 신문 특파원들이 녹음기와 펜을 들이댔다. 이날 청문회 참석자는 납북자 김영남씨 가족. 김씨는 북한으로 피랍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으로 최근 확인된 인물이다.

NHK 취재팀 관계자는 “납치된 일본인 메구미와 관련된 이야기가 하나라도 있을까 기대하고 다들 몰려든 것”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 기자는 “이렇게 많은 한국 주재 기자들이 한 자리에 총출동한 것은 거의 몇 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일본 기자들은 청문회 내내 김씨 어머니 최계월(82)씨 옆에 서서 플래시를 터뜨렸고, 노환의 최씨가 휴게실로 들어설 때는 좀더 가까이서 질문하기 위해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뿐만 아니다. 일본 기자들은 김영남씨 납치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김광현씨 집 앞에서도 벌써 닷새째 지키고 있다.

자국민 보호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에게 황당하게 북으로 끌려간 메구미 납치 사건은 중요한 관심사다. 일본 정부는 북한을 다각도로 압박한 끝에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납치 시인을 받아냈고, 일본 국민들은 메구미 부모의 자녀 구출 노력에 서명 운동으로 동참하고 있다.

일본인 납북자는 21명. 우리 납북자의 23분의 1이다. 분단 이후 50년간 남에서 북으로 납치된 사람은 공식 확인된 숫자만 485명이다.

낯선 땅에서 자국민 납치자에 관한 단초라도 한 마디 나올까 싶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며 새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탁상훈 · 사회부 기자 i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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