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7일 국회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拉北者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에 과감한 경제적 지원방식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납북자의 생사를 확인하고 모셔오는 것이다. 국가 責務책무라는 차원에서 필요한 대가를 치르겠다”고 했다.

북한은 여태까지 납북자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다. 정부 역시 이런 북한 눈치를 보느라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꺼려 왔다.

그랬던 정부의 主務주무부처 장관이 납북자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으니 이것도 진전이라면 진전인 셈이다.

엄격히 따지자면 납북자 송환과 경제 지원을 연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원칙에 어긋난다.

사람을 납치한 범죄행위에 경제적 대가를 준다면 ‘테러행위에 보상해선 안 된다’는 국제적 규범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일본이 납북 일본인 문제 때문에 북한과의 國交국교협상을 중단했던 것과 비교해봐도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

독일도 1989년 통일 때까지 1인당 9만5800마르크(약 5000만원)에 해당하는 現物현물을 동독에 지원하고 동독 정치범들을 데려오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동독 實定法실정법에 따라 처벌받은 정치범과 북한이 불법적으로 끌어간 납북자와는 엄연히 경우가 다르다.

정부가 납북자 송환문제를 대북 지원의 새로운 구실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에선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쌓이고 국제사회는 위조달러를 문제 삼아 대북 제재에 나서는 상황에서 북한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이 문제를 꺼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납북자 송환 문제는 그 원칙과 의도를 따지고만 있을 수 없는 인도적 측면이 있다.

1978년 납북된 사실이 최근 확인된 김영남씨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살아만 돌아오면 좋아하던 계란 몇 판이라도 삶아줄 텐데…”라고 했다. 다른 납북자 가족 심정도 한가지일 것이다.

북한에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납북자, 국군포로가 1000여 명이다. 그 가족 수천명이 피 마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납북자나 그 가족들이 高齡고령인 점을 생각하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납북자 문제는 그 가족이 된 심정을 바탕에 두고 풀어가야 한다.

이 정부가 그런 자세로 납북자 문제에 접근했다면 지난 3년을 허송세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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