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화대표단(단장 조찬구 문화성 부상)이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23차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16일 항공편으로 평양을 출발했다.

이번 북한의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참가는 10여년간 국제 영화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북한영화가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스크린이란 거울에 비춰본 한반도'란 제목으로 남한의 '단적비연수' '세기말' '유령'과 북한의 '달려서 하늘까지' '살아있는 령혼들' '푸른 주단우에서'등 모두 6편이 특별부문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한다.

모스크바 국제영화제는 남북한 영화계와 비교적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특히 북한 영화계와는 사회주의권 몰락 이전인 90년경까지는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했었다.

체코의 카를로비바리 영화제와 함께 모스크바 국제영화제는 북한이 세계영화계의 흐름을 알 수 있는 통로였고 85년에는 '소'의 최은희씨가 북한 여배우 자격으로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받았다.

남한의 영화계와는 89년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강수연과 93년 '살어리랏다'의 이덕화가 남녀 주연상을 차지했다.

북한이 모스크바 국제영화제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 소련이 무너진 것이 계기가 됐다.

소련을 대신한 러시아의 자본주의화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고 이에따라 북한의 영화계도 모스크바 영화제의 '정치적 경향성'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즉 모스크바 영화제가 주최국의 정치정세 변화에 따라 입선작을 결정했을 뿐 "순수객관적 가치에 비하여 상을 주는 예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10여년만에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 다시 참가하게 된 것은 러시아와의 관계 긴밀화와 함께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신사고 정책'으로 대변되는 방침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월 15일부터 20일까지 있었던 김 총비서의 상하이 방문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이고 있다.

김정일 총비서가 상하이 방문중 직접적으로 영화와 관련된 시설을 둘러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영화에 남다른 조예와 애착을 가진 그가 '동양의 할리우드'로 불리는 상하이의 또다른 측면을 도외시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것이 이번 모스크바영화제 참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모스크바영화제 조직위원회측이 몇년전 이 영화제가 정치선전의 장(場)으로 이용됐던 과거를 완전히 청산하겠다고 밝힌 점도 북한의 영화제 참가에 명분을 준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북한은 이번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의 참가를 계기로 앞으로 보다 활발하게 국제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베니스영화제,칸영화제 및 미국의 아카데미상에의 참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업성'이 중시되는 이들 영화제는 아직은 북한체제와는 '상극'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영화제 에 대해 북한영화계에서는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며 모든 것이 상품화돼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직접적인 반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베네치아 영화제에 대해서는 "출품작 대다수가 성욕과 연애의 폭풍을 묘사한 색정영화들이거나 사람들의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엽기적인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고, 칸 영화제는 "반동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분칠하고 근로하는 인민대중의 정신과 육체적 피로를 엽기적인 흥미로 자극시켜주는 반혁명적작품들이 출품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아카데미상에 대해서는 "오직 부르주아 관객의 저속한 취미를 만족시키고 유한부인들의 살찐 몸뚱아리를 자극시켜주는 색정영화.갱 영화.공포영화.스릴 정탐 영화 등으로만 채워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영화계에서는 앞으로 몇년간은 비교적 작품성을 중시하는 베를린영화제나 체코의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중국의 상하이영화제 등에 적극 참가하는 한편 지난 87년부터 2~3년 주기로 열리고 있는 평양영화축전을 통해 외국과의 교류를 강화할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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