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全員위원회가 작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북한 인권 문제를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회의록이 공개됐다. 회의록에는 多數의 인권위원들이 광범위한 북한 인권 문제 가운데 ‘탈북자 문제’에 대한 입장만을 정리해 정부에 전달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나와있다. 북한정부와 국제사회에도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는 사람은 1명뿐이라고 한다.

인권위원들은 정직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왜 목숨을 걸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서 만주 벌판을 방황하고 있는가. 무엇이 두렵고 무서워 중국 대륙을 유랑하다 저 멀리 베트남 태국 미얀마까지 흘러갔겠는가. 우선은 배가 고파서였을 것이다.

배고픈 고통, 굶어 죽는 공포보다 더한 것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배가 고파도 말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숨은 쉴 수 있다. 불평 한마디 잘못 꺼내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고 거기서도 북한 당국의 눈에 改悛의 정이 없다고 판단되면 총알받이가 돼 버리는 게 북한 동포다.

제 살 곳을 자기가 선택할 住居 이전의 권리도 없다. 지금의 북한 동포 처지를 정확히 표현하려면 그들에게서 박탈한 권리가 무엇인지를 헤아리기보다 아직도 누리고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를 셈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인권 전문가들이란 인권위원들이 이런 북한 실정의 初步와 북한 인권의 근본 문제를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학교에서 남학생에게 여학생보다 앞 번호를 주는 것이 인권침해라는 등의 시시콜콜한 결정까지 내려 왔던 인권위다. 그런 인권위가 하루하루 줄타기하듯 생사를 넘나드는 북한 동포에게 이렇게 대해도 되는가.

서유럽 7개국은 그동안 280여명의 탈북자를 수용했고, 이제 미국도 그 뒤를 이으려 한다. 이런 국제적 흐름 속에 있는 대한민국의 인권위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의견서 한 장 달랑 정부에게만 던져 주겠다는 것은 지각치고도 너무 늦은 지각이다.

김창국 전임 인권위원장은 2004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국가인권기구 대회 개회사에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그것들이 아무리 먼 곳에서 발생하더라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거리가 아니다”고 했다. 인권위는 먼 세계의 인권을 보려 애쓰기에 앞서 코앞의 북한 동포 인권을 제대로 보기 위해 지금 바로 돋보기를 맞춰야 한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