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차관보는 27일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 북한 위조지폐 문제에 대해 “북한이 관련된 그 불법활동 문제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위폐 문제에 우리 정부 당국자들 답변은 늘 이런 앵무새 답변, 녹음 테이프 틀기 식이다. ‘심각한 우려’만 반복할 뿐 북한의 위폐 제조·유통 책임은 말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려면 “(한국 정부도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위폐의 제조와 유통에 관여한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늘 괄호 부분을 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난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이해찬 총리에게 “한국 정부는 북한에 혐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집요하게 물었지만 이 총리는 끝까지 “우려하고 있다”고만 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하루 종일 “심각한 우려”만 되풀이 했다.

정부는 그래 놓고 언론에서 “정부가 애매한 자세”라고 하면 “우리가 왜 애매하냐. (괄호 부분은) 말 안 해도 다 아는 것 아니냐. 우리도 북한에 혐의가 있다고 본다”고 펄펄 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일 국회에 “98년 이후 북한의 위폐 활동 증거가 없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그러고는 한참 지난 24일 느닷없이 “북 위폐에 대해서 아는 바 없다고 답변한 사실이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국정원 주장인즉 “98년 이후 북한 관련 증거가 그 이전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한 것이지 ‘증거 없다’고 말한 건 아니지 않으냐”는 것이다. 정부도 “말 않는 것일 뿐 북한의 의혹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는 주장이다.

모두 북한에 책잡히지 않으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러고도 ‘할 말은 하는 외교’란다. 이제 “북한은 같은 민족이니까 외교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장난’하려나.
/권대열·정치부기자 dykwon@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