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가정보원은 이달 초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1998년까지는 달러를 위조·유포했지만 그 뒤 북한이 위폐를 만들어 유통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보고했다.
한·미 양국 중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미국은 자신이 알려준 것이 위폐 정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국과 미국이 두 나라 사이에 오간 일에 대해 전혀 다른 말을 하는 것이 이번만은 아니다. 북한의 불법물질 수송을 막기 위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부분 참여키로 한 데 대해 미국은 “한국의 참여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한 반면, 한국은 “참여가 아니라 참관”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 팀의 방한 논의를 놓고도 주한 미국대사관이 “북한을 재정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한국이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자, 외교통상부는 “(미국측) 보도자료는 한·미 양측 간 논의내용을 일부 과장하는 등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대변인 논평으로 대응했다.
한·미가 북한 핵, 북한 인권, 북한 달러위조 같은 현안들을 두고 서로 다른 판단, 서로 다른 해법을 갖고 있다는 것은 뉴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 두 나라는 주고받은 말의 뜻에 대해서조차 해석이 갈릴 뿐 아니라, 아예 ‘그런 말을 했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는 기본적 사실 관계에서부터 不信불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명색이 서로를 위해 피 흘릴 각오를 했다는 同盟동맹관계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