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작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적발됐던 14만 달러어치의 위폐가 북한에서 만든 것이라고 한국 정부에 알려줬고, 지난달 방한했던 美미 재무부 대표단도 북한이 만든 것으로 推定추정되는 2001·2003년版판 위폐를 한국측에 보여줬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이달 초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1998년까지는 달러를 위조·유포했지만 그 뒤 북한이 위폐를 만들어 유통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보고했다.

한·미 양국 중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미국은 자신이 알려준 것이 위폐 정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국과 미국이 두 나라 사이에 오간 일에 대해 전혀 다른 말을 하는 것이 이번만은 아니다. 북한의 불법물질 수송을 막기 위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부분 참여키로 한 데 대해 미국은 “한국의 참여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한 반면, 한국은 “참여가 아니라 참관”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 팀의 방한 논의를 놓고도 주한 미국대사관이 “북한을 재정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한국이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자, 외교통상부는 “(미국측) 보도자료는 한·미 양측 간 논의내용을 일부 과장하는 등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대변인 논평으로 대응했다.

한·미가 북한 핵, 북한 인권, 북한 달러위조 같은 현안들을 두고 서로 다른 판단, 서로 다른 해법을 갖고 있다는 것은 뉴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 두 나라는 주고받은 말의 뜻에 대해서조차 해석이 갈릴 뿐 아니라, 아예 ‘그런 말을 했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는 기본적 사실 관계에서부터 不信불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명색이 서로를 위해 피 흘릴 각오를 했다는 同盟동맹관계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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