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래·산업부 hrcho@chosun.com

10일 강원도 고성 동해선도로 남북출입국사무소. 북한을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기자회견을 자청한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자신감을 되찾은 표정이었다.

그는 김윤규 전(前) 부회장의 비리 사건이 터진 이후 북측으로부터 ‘야심가’로 몰려 5개월간 북한 땅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다시 북한에 들어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것만으로도 윤 사장은 고무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년 말 교통사고로 숨진 북한군 병사에 대한 보상 합의 결과를 밝히면서 회견 첫머리부터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는 현대아산 협력업체 직원의 실수로 북한군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증 장애, 1명이 경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 40만달러(약 4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40만달러가 나온 배경에 대해 “근무중인 젊은 군인이 피해를 당했다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다”고만 간단히 말한 뒤, 장밋빛 금강산 종합개발 계획으로 화제를 넘겼다.

하지만 구체적인 액수가 산정되기까지 과정에 대해선 한마디의 설명도 없었다. 40만달러 중 치료비와 장례비가 어느 정도 들고, 위자료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한 답변이 없었다.

심지어 사망자의 상태가 어땠는지, 중증 장애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북한 군부는 이를 북한 군인에 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100만달러를 요구했으며, 현대측은 북의 물가 수준을 고려해 20만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맞섰다는 것만 알려졌다.

앞으로 북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처리에 이번 보상금 규모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너무 과도하게 지급한 것은 아닌지 한번쯤 살펴봐야 할 것이다.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뚜렷한 기준과 설명 없이 그때 그때 적당히 양보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합리적인 선에서 보상금이 정해져야 남북교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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