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통일연구원이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한반도 평화구축과 국제협력' 이라는 주제의 국제학술회의에서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동독 총리 등 주요인사가 발표한 내용의 요지이다.

■분단 극복을 위한 정상회담의 역할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동독총리 = 독일이 통일을 이루기 전에는 두 독일간의 협상과 몇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이 있었고 그 배경에는 서독의 '신동방정책'이 놓여 있었다. 신동방정책의 전제는 현상을 인정한다는 것이며 현상은 평화적으로, 부분적인 협력을 통해 변화될 수 있다. '접근을 통한 변화'를 골격으로 하는 이 정책은 선택가능한 유일한 방법이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대중매체, 신문, 특히 텔레비전과 방송이 양독간의 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나는 폐쇄된 북한사회를 정보를 통해 개방해 북한 사람들이 자신의 현재 생활에 대한 대안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이 한국의 정책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갈등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권고했었지만 갈등적 방법보다 협력적 방법이 동독이라는 제국을 무너뜨렸다. 동족 내부적으로 볼 때 이러한 정책은 동독, 그 권력기구를 평화적으로 내부파열시켰으며 두 독일 국가를 하나로 만들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2001년초 한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상황에서 자신의 건설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의 방식과 방법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 정치적 주도력을 발휘, 부시 정권 이후 미.북간의 갈등 증폭 가능성, 그리고 이것이 남.북.미간 3자 관계의 악순환을 초래할 위험성을 방지해야 한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어려운 주변환경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갈 수 있는 의지를 확인, 그 실천방안을 찾아내는데 중점이 두어야 할 것이다. 제2차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은 당면한 주변정세를 검토하고 각자의 처지를 상호이해하며 조율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은 '긴장완화 심화와 교류협력 확대' 등에 대해 더욱 높은 차원의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럴 경우, 남북한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증폭 방지 또는 긴장완화라는 차원에서 대외정책적으로 협력하는 것에도 쉽게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는 남북관계를 제도화.안정화 시키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는 남북한간의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의 확대에 이바지함과 아울러 북한의 변화의지를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의구심을 완화함으로써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동시에 진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미.일의 역할

▲웬디 셔먼 전 미국무부 조정관 = 미국은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동맹국, 특히 한국, 일본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단지 주도하려고만 하지 말고 경청해야 한다. 비록 북한이 비무장지대를 따라서 100만의 병력을 전진 배치하고 있지만 재래식 군사력에 관한한 한국의 주도권을 허용해야 한다. 이유는 한국민들이 가장 직접적인 위협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모든 목적이 한번에 성취될 수 없다. 미국은 북한과 많은 이슈가 있지만 한번에 끝내려고 한다면 대화가 단절될 수 있다. 포괄적이지만 단계별 접근이 바람직하다.

미국이 대통령 특사인 윌리엄 페리 전대북조정관을 평양에 보낸지 1년 이상이 지나서야 북한은 조명록 차수를 워싱턴에 보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시간이 허비되었고 김정일 위원장의 생각을 실현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한국의 대선이 1년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시간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1년전 김 위원장은 적절한 시기에 서울에 오는데 동의했다. 많은 사람들이 김 위원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주 서울로 몰려들었다. 이제는 1회용 사진촬영을 넘어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때이다.

김 위원장이 진정한 변화의 원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는 것은 단지 적절한 정도가 아니고 필수적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중.러의 역할

▲양청쉬 중국국제문제연구소장 = 중국은 향후 한국과는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중국은 수단과 능력 범위내에서 북한이 경제난 극복, 경영체제 증진, 인민의 생활수준 제고, 교역 증진, 협력과 교류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높이 평가하고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중국은 한반도 정세의 순탄한 발전, 남북한 화해협혁과 교류, 그리고 자주평화 통일실현을 촉진하는데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블라들렌 마티노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 명예소장 = 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의 최우선은 평화와 안정 유지이며 남북한간의 생산적인 협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긴장완화는 한반도에서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으로는 불가능하며 러시아는 그러한 과정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 지위를 지지할 것이다.

얼마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와 북한간에 조인된 군사협정은 한반도에 이뤄진 현재의 군사적 균형을 훼손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한국과 주한 미군의 군사적 우월성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실제 이 협정에 의하면 러시아는 북한이 소련시대의 군사장비 부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큰 액수가 아닌 차관을 제공했다. 약간의 레이더, 소수의 전투기 및 기타 장비들은 10-15년전에 생산됐다.

러시아는 평양에 전략 및 첨단 무기를 이양하지 않을 것이다. 이 협정은 북한이 노후되고 있는 군사장비를 정비하도록 도와주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자신의 안전에 대한 신뢰를 주고 있다.그 결과로 우리는 아마도 그의 정책에서 더 상식적인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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