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단체인 외교협의회(CFR)의 북한 태스크포스팀이 11일 대북정책보고서 요약본을 발표,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앞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 ‘훈수’를 두었다.

모톤 아브라모비츠(Morton Abramowitz) 전 국무부 차관보와 제임스 레이니(James Laney) 전 주한 미대사가 공동위원장인 이 태스크포스팀은 정파를 망라한 29명의 한반도 전문가로 구성돼 있어 대북정책에 끼치는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지난 3월에는 ‘북한 장거리 미사일 문제의 검증가능한 종결을 위한 협상 재개’ 등 5개항을 담은 서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태스크 포스 팀은 이번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한국의 ‘서울 포럼’과 긴밀히 의견을 교환했으며, 한국 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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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분량의 정책보고서 요약본은 부시 행정부의 미·북 대화 방침을 ‘주요한 진일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대북 협상에는 여전히 많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협상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북한과 진지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의 고위급 인사가 참여해야 한다”며 차관급 이상의 미·북 대화를 부시 행정부에 권고했다. 또 클린턴 행정부처럼 북한 문제를 전담하는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할 것을 촉구했다.

태스크포스팀은 미사일 문제와 관련, 북한이 실전 배치한 노동미사일을 제거하는 대가로 북한에 전력 기반시설 공급과 개선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하고, 이 방안이 실현되면 경수로를 건설해 주기로 한 기본합의의 개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사일 협상은 사안별로 분리해 수출 금지에 이어 기존 미사일 제거 등 단계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스크포스팀은 미국이 미·북 간 제네바 기본합의의 경수로 공급 규정을 동맹국들과 함께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나, 기본합의에 의하지 않은 대북 에너지 지원은 기본합의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대 난제로 예상되는 재래식 군사력 위협 제거 문제는 지난 10여년간 한국과 미국이 제기한 적이 없으나 최근 북한의 변화 조짐에 힘입어 미·북 협상에서 타진할 것을 촉구했다.

태스크포스팀은 또 “한국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은 한반도의 정치적 활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했다”며 “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대북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북한과 대화할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을 지키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1997년에 구성된 CFR 북한 태스크포스팀은 두 차례에 걸쳐 한반도 정책보고서를 발표하고 대통령에게 정책 대안을 건의한 바 있으며, 다음달 정식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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