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의 후속과제의 하나는 ‘통일비용’ 조달 문제이다. 정부는 막대한 남북경협 재원을 조달하려면 남측의 내부 재원만으론 크게 부족하다고 판단, 민자유치 국제기금활용 등 다각적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다자(다자)간 국제협력 방식.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 같은 국제기구의 기금이나 외국 원조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해당 국제기구의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 선결조건이어서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제기구 가입 이전 단계에 활용 가능한 단기적인 재원대책 검토도 병행하고있다.

◆ 국제사회에서 신뢰회복이 급선무 = 북한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외국에서 빌려쓴 차관을 갚지못하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더이상 신규 차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어왔다. 이 가운데 북한은 97년 4월 아시아개발은행에 정식으로 가입신청을 냈으나 당시 미국과 일본의 반대로 좌절됐다. 그후 97년 6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에도 비공식적으로 가입의사를 전달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태도는 최근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있다. 올 초 IMF 서울사무소장은 “북한이 IMF 가입 이전에라도 미국 일본 한국 중국 EU 등 주요국의 승인이 있으면 기술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이들 기구의 지원을 이끌어내려면 우선 ‘테러지원국’이란 오명을 벗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5월 1일, 7년째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발표했다.

◆ 가입 이전 단계의 재원조달 방안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장형수(장형수) 연구위원은 “북한이 국제기구에 가입하기 전에라도 기본 조건이 충족된다면 특별신탁기금(Trust Fund) 등을 통한 자금지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이 바로 대표적인 예. 세계은행은 지난 93년 회원에 가입하지 못한 팔레스타인에 경제발전 자금 명목으로 5000만달러를 지원한 바있다. 팔레스타인 외에도 동티모르, 보스니아, 코소보 등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지않은 상태에서 이들 기구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신탁기금 외에 비정부기구(NGO)를 활용한 우회지원도 가능하다. 북한 정부와 거부감이 별로 없는 NGO가 북한에서 개발프로젝트를 수행할 경우 필요한 재원을 국제기구나 각국 정부가 공동지원하는 형식.

◆ 가입 이후 단계 = IMF에선 ‘빈곤감소 및 성장지원제도(PRGF)’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세계은행으로부터는 국제개발협회(IDA) 자금을, 아시아개발은행으로부터는 아시아개발기금(ADF)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민간투자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금융공사(IFC)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FC가 참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을 통해 북한에 대한 해외민간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다. 또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 IMF와 세계은행의 개혁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외채(98년 현재 120억달러로 추정) 탕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질 전망이다. /이준기자 junlee@chosun.com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전후한 단계별 지원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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