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의 영해침범사태를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8일 2라운드를 벌였다. 민주당은 전날까지의 수세적 자세를 완전히 바꿔 ‘우리가 무엇을 잘못 했느냐’고 나왔고, 한나라당은 ‘주권을 팽개친 정권이 이럴 수 있나’며 반발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자세 급변엔 청와대의 ‘진노’가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의 이날 반격은 7일 오후 김중권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우리 군은 이런 사태가 재발시에는 교전수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방침과는 내용이 다른 것이었다. 민주당 내에선 북한상선 사태에 대한 야당과 여론의 비판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발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속개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원고내용을 긴급 수정해가며 이회창 총재를 집중 공격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이 총재는 상습적으로 국가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왔다”며 “안기부에서 1000억원 이상 선거자금을 빼돌리고도 아직까지 발뺌하고 있는 이 총재는 안보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당 유삼남 의원도 “어제(7일) 야당총재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거론하면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유포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표함으로써 국민에게 혼란을 유발하고 군의 사기를 저하시켰다”고 가세했다.

전용학 대변인은 “이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한 것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주의적 안보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총재 주장대로 (북한 상선에 대해) 나포 등의 조치를 취했을 경우 어떤 파장이 왔을 것이냐”며 “이 총재의 진정한 대북관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 총재 가족의 군 관련 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까지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현 정권의 주적은 북한이냐, 한나라당이냐”며 반발했다. 권철현 대변인은 전날 이 총재의 기자회견에 대해 김중권 민주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반박한 데 대해 “야당 총재 회견에 대해 여당이 대표의 회견을 통해 반박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장광근 수석 부대변인은 “7일 오전까지 대북 강경론을 펴던 김중권 대표가 오후에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이 총재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청와대의 강력한 지시에 의한 것”이라며 “지시하는 청와대나 총대받이 노릇을 하는 김 대표나 모두 제 정신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우리 영해는 바야흐로 북한의 ‘실험용 놀이터’로 변해가고 있다”며 “이제는 군마저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년6개월 전 연평해전에서 왜 NLL(북방한계선)을 지키기 위해 우리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느냐”면서 “현 정권의 짝사랑식 대북정책 때문에 실질적인 군기능이 상실됐다”고 비판했다.
/ 최구식기자 qs1234@chosun.com
/윤영신기자 ys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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