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중국 베이징에서 발생한 탈북자 60명 집단 체포·북송사건과 관련해 중국 감옥에 수감돼 있는 홍진희씨(36)에 대해 거의 1년 만에 면회가 허용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다음은 9월 6일 홍씨를 면회한 어머니 주영희씨가 전한 당시 상황과 홍씨 등 수감자들의 현재 처지다.

2004년 10월 25일 중국 베이징(北京)시 퉁저우(通州)구 한 아파트 1층. 두 가구에 탈북자들이 숨어 있었다. 탈북자들을 돕는 홍진희(36)·이수철(42)·김홍균(48)씨와 탈북자 60명이었다.

홍씨 등 3명도 탈북자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고 있었다.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탈북자들이 홍씨 등을 믿고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합류한 상태였다. 홍씨 등은 작년 9월 1일 베이징 주재 일본대사관(29명), 캐나다대사관(44명)에 탈북자 진입을 성공시킨 바 있었다. 이들은 다음날 베이징 시내의 외국 시설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그때 홍씨는 평양을 탈출한 탈북자 남녀 2명이 옌지(延吉)에서 베이징으로 가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중간에 잠시 소식이 끊겨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중간에서 소개한 사람을 믿고 대기했다.

홍씨는 베이징 모처에서 이들 2명과 만나 외부와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회수하고 은신처로 데리고 갔다.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 뒤 곯아떨어진 26일 새벽 3시. 중무장한 중국 공안 30~40명이 고함을 치며 아파트를 덮쳤다. 노약자, 여성, 청소년들까지 한데 엉켜 잠자던 컴컴한 방안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무장 경찰들은 탈북자들을 닥치는 대로 폭행하면서 모두에게 족쇄를 채워 데려 갔다. 이 와중에서 홍씨는 몸을 피해 랴오닝성 선양으로 피신했으나 평소 알고 지내던 재중동포의 밀고로 결국 붙잡혔다.

이들의 체포는 나중에 합류한 평양 출신 2명이 북한 특무조였던 때문으로 홍씨 등은 추측했다. 중국 공안이 이들의 신고를 받고 미행했다는 것이다.

이날 중국 공안에 끌려간 탈북자들은 모두 북송됐고, 이들을 안내하려 했던 홍씨 등 3명은 지금까지 구금돼 있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재판도 받지 못했다. 이들에게 아파트를 임대해준 중국인 부동산 중개인도 공안에 연행돼 1만위안(약 120만원)의 벌금을 냈다.

어머니 주씨에 따르면 홍씨 등은 체포 이후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돼 가족 면회조차 거부당했다. 옷도 체포 당시 그대로여서 초가을 옷으로 혹독한 추위가 몰아닥친 겨울을 났다고 한다.

간염을 앓고 있는 이수철씨는 약을 제대로 먹지 못해 건강이 매우 악화됐다. 이씨와 김홍균씨는 견디다 못해 감옥에서 목을 매고 형광등으로 배를 가르는 등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이씨는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이들에게 사형수들과 함께 방을 쓰게 했다고 한다.

홍씨 등은 현재 중국 공안당국에 “탈북 형제들이 짐승처럼 쫓기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도왔을 뿐”이라며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이들을 위험 인물로 간주해 중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철환기자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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