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28일부터 이틀 간 서울 코엑스(COEX)에서 열리는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 행사장에서 백두산 천지(天池)물로 만든 '통일 설렁탕과 순댓국'을 무료 배식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행사 주최측은 관계자 7명으로 구성된 '백두산 취수대'를 결성, 인천-창춘(長春)-연길(延吉)을 통해 백두산을 오르는 열의까지 보였다.

취수대는 지난달 25일 천지와 그 하류에서 18.8ℓ들이 천지물 150통(약 3t)을 취수한 뒤 연길에서 정수 과정을 거쳐 27-28일 다롄(大連)항에서 인천항을 통해 물을 들여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족의 성산으로 불리는 백두산의 천지물을 행사 홍보용으로 무작정 반입한 데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자칫 백두산 관광객에 의한 무분별한 천지물 취수나 환경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까지 자아내기 때문이다.

우선 천지물의 반입 경로부터 불투명하다.

행사 주최측은 지난달 27일 다롄항에 도착해 현지 보세지역 컨테이너에 화물로 적재했다고 전했지만 인천본부세관에서는 중국으로부터 음용수 반입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세관 관계자는 "9월20일 이후 지금까지 외국에서 인천항으로 들어온 식수는 프랑스와 일본에서 온 것뿐"이라며 "최근 중국에서 식수 반입 신고 자체가 없었다"고 확인했다.

그는 또 3t 정도의 음용수라면 필수적으로 세관의 통관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도 개별적으로 소량씩 들여올 때는 일일이 검사할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외국에서 반입되는 음용수의 수질검사를 담당하는 환경부 관계자는 "행사용으로 물을 들여올 경우 수입 판매업자로 등록이 안 돼 있어 (반입되는 식수를) 검사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무리 깨끗하다는 천지물이라도 검사를 받고 식수로 적합한지 판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행사 주최측에서 공인받지 않은 상태에서 들여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천지물을 정수처리했다는 주장에 대해 샘물은 침전이나 여과 후 마시는 물이라며 "각종 미네랄을 거르는 정수 과정을 거치면 샘물이 아니라 단순한 식수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주최측은 참가자들에게 멀리 백두산 천지물과 우수한 육질의 고기로 만든 '통일 설렁탕.순댓국'을 맛보인다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지만 의도와 달리 생각지 못한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지적이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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