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휴대폰을 손전화기, 호출기(삐삐)는 주머니종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한사람도 이런 말이 있는지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휴대폰 사용이 금지돼 있어 중국에 나와 처음으로 휴대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받아든 탈북자가 “휴대폰씨 계십니까?”라는 전화를 걸어왔다는 신종 우스개도 있을 정도다.

휴대폰을 갖고 북한에 들어간 외국인도 일단 세관에 맡겼다가 출국 때 찾아서 나가야 한다.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 전 평양특파원 알렉산드르 발리예프 기자에 따르면 휴대폰뿐 아니라 아프리카 오지에서 터지는 인공위성폰도 북한에서만은 작동되지 않았다고 한다(월간조선 6월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강력한 전파 영향권에 있는 평북 신의주, 양강도 혜산 등 국경도시에서는 중국 휴대폰이 장사꾼들의 유용한 수단으로 쓰여 남한으로 전화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북한 당국에서 아무리 단속하려 해도 날아다니는 전파까지는 잡아두기 힘들어 당분간 근절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나선(나진∼선봉)지역을 필두로 휴대폰 개통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98년 나선지역을 방문한 재미 실업가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열고 통신센터를 만들어 휴대폰을 사용토록 하겠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 실제로 태국의 록슬리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동북아전신전화회사가 사업자로 정해져 북한지역에 99년까지는 500회선 정도의 이동전화를 개통 준비 중이었는데 공식적으로 완공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한 소식통에 따르면 설비는 완공돼 시험개통까지 끝났으나 필리핀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여론이 이동통신을 통해 확산됐다는 설이 나오면서 북한 당국은 이를 다시 전면 금지시켰다고 한다. 최근에 북한을 다녀온 한 IT관련 방북자도 휴대폰 사용자를 만나본 적은 없다고 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한 연구원은 “의견교환 매체인 전화의 통제는 매우 심하지만 산악지대인 북한에서는 유선보다 무선 설비가 용이해 유선전화 일반화 단계를 뛰어넘어 바로 무선시대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채산성이나 통제이완의 문제가 장벽으로 남아있어 사실상 요원한 일이지만 현재 휴대폰은 북한 체제변화의 조짐과 함께 기회만 있으면 북한으로 다이빙해 들어갈 태세다.

/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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