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7-1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고위관리회의(SOM)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포괄적 상호주의'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리용호 북한 외무성 참사는 회의 정세토론, 남북간 접촉 등을 통해 '남측이 제시한 포괄적 상호주의는 부시 미 행정부가 강조하는 상호주의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냐'며 다소 회의적인 의견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 참사의 발언 내용은 그가 노동당과 외무성의 훈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상황변수를 고려할 경우 북측의 입장을 어느정도 표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향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포괄적 상호주의란 지난 3월 9일 김대통령이 방미중 제시한 것으로, 북한으로부터 ▲제네바합의 준수 ▲미사일문제 해결 ▲무력도발 포기 보장 등 세가지를 받고 북한에 ▲안전보장 ▲적정한 경제협력 ▲국제사회 진출 및 차관 지원 등 세가지를 주는 형태의 개념을 의미한다.

외교 분석가들은 북측이 관심을 보인 것은 제네바합의, 미사일 문제 등 포괄적 상호주의의 주내용이 북.미 간의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남측 배제 논리를 정당화시키려는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설명은 리 참사가 이번 고위관리회의에서 모든 남북대화의 중단 배경과 관련, '미국때문에 남한의 태도가 변했다'고 우회적으로 비난한 사실과도 맥을 같이 한다.

즉 부시 미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가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위기의식 속에서 포괄적 상호주의에 대한 우려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김 대통령도 포괄적 상호주의를 주장할 당시 '부시 미 행정부의 지도자들에게 포괄적 상호주의를 제의했고 이 약속이 실천되는지 검증해야 한다'면서 '부시 행정부가 이런 의견을 대북정책에 참고하기 바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또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review)가 조만간 완료되는 시점에 맞춰 한.미 외무장관간 조율, 한.미.일 3자 조정감독그룹(TCOG)회의 등 일련의 대북정책 조율작업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북측이 의사타진 차원에서 관심을 표명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는 북측의 이러한 의구심 표출에 대해 이번 고위관리회의에서 미국의 `엄격한 상호주의'에 대한 반대개념으로서 `포괄적 상호주의'가 나온 것이라며 그 진의를 북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포괄적 상호주의는 남측이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온 대북 화해협력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며, 따라서 북측이 의심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측이 앞으로 남측은 물론 미국과의 대화에서 포괄적 상호주의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고, 대처해 나올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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