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주재 북한상임대표부는 17일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 김순희(37)씨가 '북한 공민으로 등록된 바 없다'고 밝혔다.

북한대표부는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주간지 `주간연예'(코리안 선데이뉴스)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확인해본 데 의하면 `탈북자' 김순희라는 녀성은 무산군에서 살지도 않았으며 무산인민학교 교원도 한 바 없다고 우리 공민으로 등록된 바가 없습니다'라고 통보했다.

자성남 북한대표부 공사는 주간연예(5월20일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순희씨가) 함경북도 무산에서 살지도 않았으며 교원을 한 적도 없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공민으로 등록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1984년 창간된 주간연예는 지난 8일 북한대표부에 김순희씨의 북한국적 여부를 확인을 요청했으며 북한대표부는 17일 오후 12시30분(동부시간) 팩스를 통해 `공식답변서'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 답변서는 '싼데이 뉴스 신문사 앞, 귀 신문사가 문의해온 < 탈북자 > 김순희에 대해 알리고자 합니다. (중략) 앞유엔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상임대표부 주체 90(2001)년 5월17일'로 돼 있다.

LA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 당국이 구두가 아닌 문서로까지 김순희씨의 북한국적을 부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샌디에이고에서 김순희씨를 보호하고 있는 사업가 한청일(54)씨는 18일 '김씨가 북한인이냐 아니냐는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될 것'이라며 '그녀가 탈북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한씨는 '항간의 조선족 의혹이 있어 유심히 관찰한 결과 김씨는 옌볜(延邊)에서 6년반을 살았는데도 옌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으며 무용단 가입 등 북한 얘기만 한다'며 '은둔생활을 한 탓인지 고기도 못 먹고 사과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씨는 '김씨가 탈북사실이 탄로날까봐 조선족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구눈썹 수술까지 받았고 아들(11)을 돌봐주고 있는 한 조선족 공산당원 집에서 바느질감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등 거의 은둔생활을 했기 때문에 옌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것같다'고 전했다.

한씨는 김씨의 말을 인용, '북한에서 초등학교를 인민학교로 칭하지만 소학교로도 많이 부른다'며 '그녀는 불쌍한 북한여자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김씨 변호인들도 김씨가 탈북자인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김씨는 억양심사결과와 탈북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자료를 변호사에게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멕시코 국경에서 LA 남부 샌디에이고로 밀입국하다 체포됐으나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망명신청을 하고 지난 8일 가석방됐다.

한편 미주 중앙일보는 18일 '30대 한인 남성 2명이 지난 3월28일 샌디에이고 국경검문소 인근에서 중남미계 20여명과 함께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돼 수감됐으며 망명신청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들이 '함경도 출신으로 탈북후 중국 옌지(延吉)에서 공사장 막일 등을 하다 만나 함께 미국행을 결심했다'며 '한 사람은 7년간 군생활을 하다 북한 실상에 염증을 느끼고 95년 아내와 함께 압록강을 건넜으며 다른 한명은 농사를 짓다가 같은 해 여름 두만강을 건넜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 1-4월까지 샌디에이고 국경을 통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밀입하다 체포된 한인이 김순희씨를 포함, 11명(작년 한해 9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L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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