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활력소다. 마땅한 오락거리나 데이트 장소가 없는 마당에 적은 돈을 가지고 여가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 교양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가 많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가 솔솔해 영화관으로 몰려 간다. 의무적으로 보아야 하는 영화도 적지 않다. 이래저래 북한 주민은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국민에 속한다.

새 영화가 출시되면 영화관이 북새통을 이룬다. 90년대 들어 평양에서 영화축전기간에는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제3세계 국가 영화들을 방영하기도 한다. 축전기간을 제외하고는 북한에서 만든 다부작 예술영화나 액션물을 주로 상영한다.

‘이름 없는 영웅들’ ‘홍길동’ ‘명령 027호’ ‘민족과 운명’ 등은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이다. 이런 영화가 방영되면 영화관 출입구는 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난장판이 되기 일쑤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업적을 기리는 기록영화가 제작되면 전국의 영화관에서 의무적으로 보게 한다. 자주 반복되는 내용이라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기 때문에 월급에서 아예 영화 표값을 공제하기도 하고 출석을 점검하기도 한다. 또 김일성 항일운동을 다룬 ‘조선의 별’과 같은 다부작 우상화 영화가 나오면 직장별로 영화를 보고 감상문 등을 발표하기도 한다.

[표1] 북한 영화 관련 통계

영화관수

1000여개

연평균 영화제작 건수

25~35건

영화관 하루평균 상영횟수

3회

1인당 연평균 영화관람 횟수

80년대 3회

90년대 4회

영화관람료

40전~1원 50전

총 상영횟수

355,916,000회

관람자 합계

98,647,300명

<'북한 영화사'(집문당) 참조>


[표2]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 횟수

한국

0.9

아이슬란드

4.5

미국

3.9

프랑스

2.2

일본

1.1


(서울 마케팅 리서치, 1999. 8)


근무시간에는 다른 일을 못하게 돼 있지만 의무적으로 보아야 할 영화인 경우 점심시간이나 오후시간에 영화관 가는 것은 사실상 묵인된다. 혁명영화나 기록영화 관람은 학습시간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제 학습시간보다 이를 즐긴다.

어린이들은 학교마다 일정한 시간을 정해 집체(단체) 관람한다. ‘소년장수’와 같은 재미있는 만화영화가 나오면 선생님들의 인솔하에 줄을 서서 영화관을 찾는다. 아이들에겐 마냥 즐거운 날이다.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영화관이 예전보다 북적이지 않는다고 한다. ‘민족과 운명’외에는 크게 인기있는 영화가 없고 옛날 영화를 반복해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영사기나 필름이 낡아 상영중 필름이나 음향이 끊기는 일이 잦다.

북한은 1980년대 말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아무리 작은 군(군)일지라고 영화관을 짓게 했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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