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절차 합의서가 18일 타결됨으로써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한자리에 앉게 됐다.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6월12일 항공편 또는 육로로 평양을 방문, 북한의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회담장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우리의 국회의사당에 해당하는 만수대의사당이 유력하다. 김일성(김일성) 전 주석도 주로 여기서 외빈을 만났다.

첫 회담은 수행원들이 배석하는 확대회담이 될 것 같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기조발언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밝히게 된다. 의제는 ‘역사적인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로 정해졌다. 사실상 제한이 없는 셈이다. 의제가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장은 뚜렷이 갈릴 전망이다. 이런 조짐들은 준비접촉에서부터 나타났다. 북한측은 의제 중 조국통일 3대 원칙을 고집한 반면, 우리측은 교류와 협력에 비중을 뒀다.

실제 우리측은 이산가족 상봉, 각종 교류 등 분단 극복과 냉전구조 해체의 주춧돌을 놓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91년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의 성실 이행을 강조, 대량살상무기 개발 중단 등도 우회적으로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북한측은 자신들의 ‘통일의지’를 과시하면서 외세(외세) 배격쪽에 초점을 맞출 공산이 크다. 동·서독 정상회담에서 동독이 그러했듯 남한측의 ‘흡수통일’에 대한 우려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측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군사훈련, 남한의 국가보안법 문제 등을 거론할 것이냐다. 이 문제를 들고나올 경우 정상회담의 분위기가 냉각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확대회담 후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단독회담도 이뤄질 것 같다. ‘상봉과 회담은 최소한 2~3차례’라고 합의한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럴 경우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이산가족 상봉 등의 현안 타결이 ‘김 위원장의 결단’이라는 형식으로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의문점도 여전히 남아있다. 상봉과 회담을 굳이 분리해 표현한 부분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관례적 표현”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으나, 상봉은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에, 회담은 김 대통령과 대외적 국가대표인 김영남(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간에 이뤄질 수도 있다는 뜻인지, 합의서 표현은 다소 모호하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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