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상류의 물을 동해로 흘려 발전하는 북한 금강산댐의 1단계 공사가 완공된 지난 96년 이후 갈수기(渴水期) 화천댐으로의 물 유입량이 절반 정도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이 작년 10월 발전용량을 두배 정도 증설한 것으로 알려져 올해부터 물 유입량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96년 금강산댐 완공 이후에 화천댐 유입량을 관찰한 결과, 연평균 29.3억 에서 25.8억 으로 전체 유입량의 12%인 3.5억 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한강 수계 전체 유입량의 2% 정도여서 큰 영향이 없다는 게 건교부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댐건설 전후의 유입량 변화만을 단순 비교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댐의 특성상 갈수기에는 방류량이 줄고 홍수기에는 방류량이 늘어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실제 갈수기인 준공 후 3월 평균 유입량이 19.1cms(초당 유입량)로 준공 이전 35.9cms의 53%에 불과하다. 4·11월도 유입량이 절반 정도 줄었다. 반면 홍수기인 8월은 339.3cms로 준공 전 311.4cms에 비해 8.9%가 늘어났다. 특히 북한이 작년 10월 발전 용량을 20만㎾(건교부 추정·일부에서는 40만㎾로 추정)로 늘린 점을 감안하면 동해로 빠지는 물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전 관계자는 “발전소 낙차가 300 라면 20만㎾ 발전소를 30%만 가동해도 연간 6억 , 40만㎾ 발전소라면 12억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당장은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물부족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강산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96년 수자원 종합계획을 통해 30년 빈도의 가뭄이 발생할 경우, 2006년에는 한강수계의 물 공급량이 연간 121억 으로, 사용량 126억 보다 5억 부족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인하대 심명필 교수는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발전 감소, 물 공급 감소, 생태계 변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가뭄이 올 경우, 용수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상면 교수는 “금강산댐 공사가 당초 목표대로 완공될 경우, 수량 감소는 18억 으로 늘어나 용수공급은 물론 한강 생태계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건설된 댐만으로도 한강수계에 변화를 초래하는 것만은 명백하다. 여러 국가를 관통하는 공유하천의 경우, 국가간 협조가 관례화됐다. 다뉴브강·그란데강 등은 인접국가간 조약을 통해 공동으로 수량이나 수질 등을 통제하고 있다.

환경정의 시민연대 서왕진 사무처장은 “북한에 일방적으로 발전 중단을 요구할 수 없는 만큼, 전력을 북한에 주고 갈수기에는 방류량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교부 최영철 국장은 “장기적으로 물부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관계기관과 협의해 북한과 수자원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임진강 수계의 홍수방지를 위해 남북실무회담은 물론 그동안 있었던 수많은 남북 접촉에서도 금강산댐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금강산댐은 지난 96년 1단계 공사가 완료돼 담수를 시작했으며 10만㎾ 미만의 발전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후 공사가 계속돼 작년 10월 높이 81 , 저수량 9.1억 에 발전 규모 20 만㎾ 규모로 증설된 것으로 건교부는 파악하고 있다.

/ 춘천=김창우기자 cwkim@chosun.com
/ 차학봉기자 hbcha@chosun.com
/ 장원준기자 wjjang@chosun.com기자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