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아시아지역 순방을 통해 미국의 신구상인 ‘전략적 틀(Strategic Framework)’과 이를 구성하는 미사일방어(MD)체계 홍보에 나섬에 따라, 이 문제가 동북아 지역에서 초미의 외교·안보 현안으로 부상했다.

미국의 MD에 관한 동북아 각국의 입장을 살펴본다.

◆ 한국

김대중 대통령은 아미티지 부장관의 MD 설명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며, 동맹국 및 관련국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아미티지의 방한 결과를 토대로 MD체계 대응방안 수립에 착수했다.

우리 정부는 앞서 3월 한미 정상회담 발표문에서 “안보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으므로 비확산 외교, 방어체계 등 광범위한 전략이 필요하고, 세계평화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미사일 방위를 포함한 조치들에 관해 동맹국과 기타 이해 당사자들간에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북한

북한은 미국의 MD체계가 바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수백기의 스커드 미사일을 배치했고, 남한 전체는 물론 일본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노동 미사일도 수십기를 배치한 상황이다. 또, 1998년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미국 공격까지 가능한 대포동 2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MD체계가 구축될 경우, 북한의 미사일이 전면 무력화될 수 있다고 보고, 이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북한은 미·북 미사일회담에서 미사일 수출 중단 대가로 3년간 매년 10억달러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 중국

중국은 MD체계가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있다.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약 20기 정도만 갖고 있어, 미국이 MD체계를 일부만 개발해도 중국의 ICBM은 위력을 크게 상실하게 된다.

중국은 또, 미국이 MD에 대만을 본격적으로 참여시켜 중국의 전력을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의 MD를 돌파할 수 있는 전력개발을 중시하고, 러시아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 러시아

NMD 체계에 강력히 반대하던 러시아의 입장이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러시아는 수천기의 ICBM을 보유하고 있어 MD체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MD가 구축된다고 해도,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양쪽 모두 확실한 파괴’(MAD·mutual assured destruction)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경제회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협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에 맞설 수 있는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전략적 차원에서 MD에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는 분석도 강하다. 러시아는 아직도 ABM제한조약 개정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 일본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지하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평가다. 미국은 MD 구축에 일본으로부터 가장 쉽게 동의를 받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MD 문제로 미·중 갈등이 커질 경우, 일본내에서 논란이 일 가능성도 많다. 아사히 신문은 최근 MD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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