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드러난 미국의 신 국방정책은 미군의 기동성과 화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대신 해외 전방배치 병력을 대폭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어 앞으로 그것이 주한미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은다. 지금까지 미국의 국방전략은 해외주둔 미군의 역할을 중시했으나 새 국방정책은 신속배치 전력(rapid deployment forces)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더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개념 변경은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의 윈·윈(win·win) 전략을 폐기하고 아시아 지역을 전략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천명할 때부터 예상된 것이었다. 냉전종식 이후 러시아보다는 중국이 미국의 이익에 위협적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된 새 국방정책은 육군보다는 해·공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중국 북한 등 미국이 잠재적 위협세력으로 보고 있는 나라들이 바다를 끼고 있어 상대적으로 해·공군의 중요도가 높아진 것이다. 또 신속배치 전력에 무게를 더 두게 된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미군의 기동성이 놀랄 정도로 증대하고 첨단무기가 계속 개발되면서 유사상황이 발생해도 이동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새 국방정책은 해외기지를 포함한 전방배치 군사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전력투사」 능력을 높이고, 정보 시스템의 절대적 우위를 확보하며, 첨단무기 중심으로 전력 기동성을 경량화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정책은 불량국가의 위협에 대비해 마련한 새로운 전략틀(strategic framework)과 함께 미국 대외정책의 양대축을 형성하게 된다. 전략틀이 불량국가의 핵이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것이라면 새 국방정책은 전쟁수행 방식의 새로운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3월 미 의회청문회에서 『산악지형에서 작전능력이 뛰어난 1개 고기동여단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새로운 국방정책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주한미군이 새 국방정책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을지 현재로선 명확지 않다. 미국이 군사전략의 중심축을 아시아로 옮기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별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관점이 있는가 하면,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무기를 첨단화하면서 지상군은 감축할 수도 있다는 관점도 있다. 주한미군이 감축된다면 설령 전투능력은 종전과 다를 바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국민에게 미치는 심리적 파장은 과소평가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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