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시한으로 제시한 2003년은 지난 94년 북한과 미국이 체결한 제네바합의 시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연합(EU) 외교소식통은 8일 북한이 미사일발사 유예시한을 2003년으로 못박은 것과 관련, 요란 페르손 스웨덴총리의 방북중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그 이유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북한의 다른 고위 관리가 이 시한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제네바 합의에 따르면 미국은 2003년까지 경수로 2기를 북한에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경수로 사업은 그간의 우여곡절로 인해 2007년께나 1기 제공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2003년까지 경수로 2기 제공 약속은 물리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북한 고위관리가 제네바 합의 시한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 취할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사일 발사유예시한을 2003년으로 제시한 것은 미국에 대해 제네바 합의를 환기시키며 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 의미로 풀이된다.

즉 북한은 이미 합의된 경수로 지원 시점까지는 미사일발사를 중단할테니 미국도 제네바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EU 외교소식통들은 이와관련, '북한이 미국에 성실한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면서 스스로 미사일발사 유예기간을 설정한 것은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페르손 총리 방북 이후 북한이 미사일발사 유예시점을 2003년으로 제시한 데 대해 그동안 여러가지 해석과 추측이 나왔었다./브뤼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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