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장남이 확실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이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적발된 사건은 차라리 희화적이다.

북한 최고권력자의 아들이 2000달러를 주고 만든 도미니카 위조여권을 소지하고 30대 여성 2명과 어린이 한명을 데리고 일본 입국을 기도한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양식과 기준을 얼마나 우습게 알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낸, 정도를 넘어 범죄를 구성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위조여권을 철저히 단속하는 것은 그것이 마약밀매범 테러범 위폐범의 활동, 불법이민 등 국제범죄의 주요수단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제범죄는 국가간 간격이 좁아지면서 최근들어 급격히 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로 부터 국제 마약거래와 달러위조의 「기지」라는 비난을 여러 차례 받아왔으나 그 때마다 이를 강력히 부인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이른바 「로열 패밀리」가 위조된 여권을 가지고 가명으로 일본에 밀입국 하려고 한 것은 입국목적이 「관광」이든 「IT 견학」이든 관계없이 종래의 북한 주장이 허구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수법으로 그가 이전에 두차례나 일본에 입국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어 그의 이러한 행동은 「상습적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문이 꼭 필요했다면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도 않았을 텐데도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은 저들이 위조와 밀입국문제, 그리고 국가간의 법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온 습성 때문이라는 것 이외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세계가 북한을 「불량국가」라고 부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북한은 EU를 중심으로한 서방국가들과 국교수립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최근들어 여러 나라와 새로운 관계를 수립했다. 이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국제양식과 기준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의미있는 것이며 또 그렇게 해야 국제사회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북한이 아직 그런 단계에 와있지 못함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일부에서는 김정일의 장남이 그렇게 허술하게 밀입국을 시도했겠느냐는 의구심을 가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 공안당국의 조사에서 자신이 그것을 밝혔고, 용모와 생년월일이 일치하며 일본당국의 태도가 그가 김정남임이 틀림없다는 심증을 주기에 충분하다.

일본 법무당국이 그를 아무런 설명없이 중국으로 조기에 추방한 것은 일본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일·북수교 교섭에 장애를 만들지 않겠다는 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정확한 수사나 관련당국과의 아무런 정보교환도 없이 서둘러 추방부터 한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 역시 국제적으로 미숙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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