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4일 남북한을 연쇄 방문한 유럽연합(EU) 의장국 대표인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 과정이 끝나면 북·미 간에도 대화가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해, 내달 중 미국이 대북정책을 결정한 후 북한과의 대화재개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김 대통령은 “미국이 대북정책을 검토하고 있는데, 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위해서는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병행 진전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중단을 2003년까지 연기하겠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좋은 결정으로서, 북·미 간의 대화 (재개) 문제에도 매우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페르손 총리는 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와 관련, “김 위원장이 김 대통령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면서, “회담 시기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페르손 총리 일행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수출 문제와 관련, “미사일 기술 수출은 무역”이라면서 “살 사람이 있다면 팔겠다”고 말했다고, 정상회담 후 페르손 총리가 조선호텔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하비에르 솔라나 EU공동외교안보정책 대표가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와는 별도로, 미사일 수출 문제에 대해서는 ‘수출 동결시 현금 보상’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페르손 총리는 김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선언을 이행하고자하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페르손 총리 등 EU 대표단의 남북한 동시방문 등 대북관계 개선조치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앞으로도 EU가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계속해줄 것을 당부했다.

두 정상은 한·EU 정상회담을 격년제로 정례적으로 개최키로 합의했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정병선기자 bs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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