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웨덴의 예란 페르손(Goran Persson) 총리 일행을 따라 평양을 취재한 외신 기자들은 대부분 평양거리를 퇴락하고 어두운 모습으로 전했다.

영국 가디언지(지)의 존 기팅스(John Gittings) 기자는 3일 “인민의 낙원 무너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호텔 위층에서 내려다보면 가로등 하나 없는 시가지는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마치 검은 천을 펼쳐놓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25년 전부터 지금까지 3차례 평양을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평양의 상점들은 여전히 생기없고 텅 비어있다고 전했다. 모든 백화점은 비어있고 작은 상점들도 학생용 비닐가방 정도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1인당 GDP가 (지난 96년) 위기가 시작되기 전과 비교해 3분의 1~4분의1로 줄었다는 관리들의 설명도 평양의 모습을 보면 조금도 놀랍지 않다고 전했다.

기팅스 기자는 평양 거리의 공중전화에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이전보다 자전거가 더 많이 눈에 띄지만, 가장 큰 변화는 거대한 기념물들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지의 데이비드 레니(David Rennie) 기자도 3일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베를린 장벽이 있고 개방정책은 존재한 적이 없는 악몽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다며 어두운 모습을 전했다.

레니 기자는 “두 김씨의 악몽의 세계 속에서”라는 기사에서 평양의 국영 상점들은 한달에 며칠만 문을 열며 식량 배급표를 가진 사람들에게 값싼 채소와 곡물을 분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평양 어린이들은 가난해 보이지만 일부 해외 지원으로 굶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양에 자전거와 중국산 버스 등 차량이 늘어난 것을 변화의 모습으로 전했다.

AP통신의 존 레이세스터(John Leicester) 기자는 평양 시가지에 차량이 늘었지만 여전히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고 텅 비어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Albright) 당시 미 국무장관을 따라 북한을 방문했을 때와 달리 이번에는 공항에서 위성전화 사용을 금지하지 않았으며 기자들의 독자취재도 보다 자유로와졌다고 전했다.
/여시동기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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